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해경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라"며 KBS 보도국장과 보도국 간부들에게 여러번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청와대의 직접적인 보도 개입을 증언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협회 총회에서 약 2시간 가량 질의응답을 받고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 과정을 세세히 폭로했다.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쪽에서는 해경을 비판하지 말 것을 여러번 요청했다"며 "보도국장방에 앉아 있으면 편집주간, 제작2부장, 취재주간 등 4명이 같이 일을 했는데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 오픈해서 받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청와대의 요구사항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한참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해경 비판을 나중에 하더라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김 전 국장은 전했다.
김 전 국장은 "하지만 해경 관련 보도가 꾸준히 나갔고 그런 요청이 잘 안받아들여지니까 다른 루트를 통해서 전달된 것 같다"며 "(다른 루트란) 사장을 통한 루트인데 5월5일 사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보도본부장실을 방문해서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KBS 보도국장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는 보도지시를 내렸으며, 길환영 사장을 통해서도 같은 지시를 내린 것 같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전에도 수시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전 국장은 "청와대로부터 전화는 받았다"고 인정하면서 "그건 내가 판단하기에는 어떻게 보면 그쪽(청와대) 사람들의 소임이기도 하고, 우리 뿐 아니라 타사에서도 할 것이다. 진보지에서도 할 것이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이어 "(청와대의 요구를) 소화를 하거나 걸러내거나 하는 것은 바로 보도책임자, 경영진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자체를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청와대 관행을 옹호했다.
청와대의 개입이 실제 KBS 보도에 어떻게 반영됐는가에 대해서는 김 전 국장은 "정치를 제외하고 거의 개입은 없었고 매우 독립적이었다고 자평한다"면서도 "정치 부분은 통계를 봐도 금방 아는데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정부 출범하는 1년 동안 허니문 기간은 비판을 자제했다. 허니문 기간이 끝나도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길환영 KBS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호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보도 개입을 했다는 점도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 등 관련 기사들에 대해서 "순서를 좀 내리라던가, 이런 주문이 있었다"고 김 전 국장은 실토했다.
그는 "길환영 사장이 대통령을 모시는 원칙이 있었다"며 아래와 같은 일화들을 소개했다.
"대통령 관련 뉴스는 러닝타임 20분 내로 소화하라는 원칙이 있었다. 정치부장도 고민을 했는데 순방 때마다 몸살을 앓았다. 이른바 (뉴스)꼭지 늘리기 고민이었다"
길 사장의 요구는 박근혜 대통령 관련 뉴스 늘리기만이 아니었다.
"여당의 모 의원이 TV에서 얘기하는 날은 반드시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떤 이유가 있든 그 아이템을 소화하라. 일방적으로 할 수 없으니까 야당과 섞어서라도 해라. 누구라고 말을 안 해도 정치부 기자들이라면 모두 알 것이고 화면에 가장 많이 등장한 사람을 헤아려보면 금방 알 것이다"
한편, 김 전 국장이 세월호 유가족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지난 9일 오후 길 사장에게 불려가 "대통령의 뜻이다"며 회사를 그만두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길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제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걸 거역하면 자기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이건 대통령의 뜻이다'고 까지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