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수업하다 울컥…학생들 바라보기 어려워”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30일째인 15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유가족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선생님들에게 바치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 학생들에게 “이것이 정답이니 따라줘라” 말하기 어려워져
- 학생들의 죽음, 비판적인 사고를 길러주지 못한 교육 문화 책임도 있어
- 이번 참사 관련해 의견 냈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5월 15일 (목)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명하 (안산고등학교 교사)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


◇ 정관용> 오늘 스승의 날이지만 세월호 참사 때문에 축하드리기도, 또 축하받기도 힘든 그런 분위기입니다. 교총이 최근 조사해보니까 교사들의 트라우마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조사결과도 나온 바가 있고요. 안산 지역의 안산고등학교 김명하 선생님 잠깐 연결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명하>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 정관용> 안산고등학교는 무슨 행사가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 김명하> 저희 오늘 학교 행사 다 취소가 됐습니다. 차분한 가운데 정상수업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 정관용> 안산 지역 모든 학교가 대체로 다 비슷하겠죠?

◆ 김명하> 네. 제가 알고 있기로는 많은 학교가 행사가 없이 정상수업 진행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안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좀 그런 것 같아요, 그렇죠?

◆ 김명하> 네. 그런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혹시 단원고등학교 쪽은 오늘 어떻게 보냈는지 좀 들으신 바가 있습니까?

◆ 김명하> 단원고등학교는 지금 일체 외부와 연락을 안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저희도 딱히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주변에서 들은 걸로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상처 치유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들었습니다.

◇ 정관용> 언론도 지금 단원고 쪽은 일부러 취재를 안 하고 그렇습니다. 안산 지역 참 지금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죠, 분위기가?

◆ 김명하> 네. 너무 어렵습니다.

◇ 정관용> 이번에 희생되신 분 중에 우리 김명하 선생님 지인들도 많이 계시지 않아요, 혹시?

◆ 김명하> 네. 저랑 같이 안산 지역에서 혁신학교연구모임 이런 걸 같이 공동으로 하셨던 선생님 한 분 계셨습니다.

◇ 정관용> 참. 이번 사고 같은 교사로서 남의 일 같지 않으셨을 텐데. 또 사고 수습과정 보면서 화도 많이 나셨을 테고. 한 말씀 주시면요.

◆ 김명하> 일단은 사고가 제 눈앞에서 ‘이게 정말 현실인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믿을 수 없었고 수습과정에서나 이 모든 과정들이 허둥대고 우왕좌왕하는 것이 답답하고 좀 화가 많이 났습니다.

◇ 정관용> 네. 이 세월호 사고 이후에 선생님들 사이에서 특히 좀 힘들어하시는 그런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교총이 그런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가 있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 김명하> 실제로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특히 갑자기 생각이 나면 울컥하시기도 하고요. 저 같은 경우에도 학생들하고 얘기하다가 갑자기 숨이 멈춰지거나 이런 경우가 좀 있었습니다.

◇ 정관용> 네. 학생들도 혹시 세월호 참사 이후에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 같은 게 혹시 또 느껴지십니까, 어떻습니까?

◆ 김명하> 학생들의 변화라기보다는 저희 어른들이 미안한 마음이나 이런 게 더 많이 있어서 학생들을 바라보기가 어렵고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네. 참 일각에서는 말 잘 들어야 한다라고 하는 말을 못 하겠다, 이런 얘기들이 막 나오던데. 선생님은 어떠세요?

◆ 김명하> 저도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 제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이게 정답이니까 내가 말하는 답을 따라 줘라.’라고 말을 했는데. 지금 제가 학생들한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자.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참. 안산 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우리 선생님들 많이 힘들어하실 텐데. 이번을 계기로 사제지간에 또 어떤 새로운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되겠군요. 선생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명하>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안산고등학교 김명하 선생님이었고요. 세월호 참사 관련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오늘 전국교사선언을 발표했습니다. 1만 5800여명의 교사들이 참여했는데. 하병수 대변인 연결합니다. 하 대변인, 나와 계시죠?

◆ 하병수>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오늘 전국교사선언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 하병수> 그동안 이제 수학여행 중에 제자들과 동료 선생님들이 실종이 되었고 많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교사들의 여러 심경이 있었지만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복잡한 심경과 죄송스러운 마음과 그다음에 그런 분노의 마음, 이런 것들을 좀 담아서 오늘 교사선언이란 형태로 표현이 된 것입니다. 내용은 이제껏 학생들을 좀 수동적인 주체로 길러왔던 어떤... 어쨌든 정부의 책임이라기보다도 교사 스스로가 제대로 된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스러움, 미안함을 좀 표현했고요. 그다음에 선박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나 어쨌든 구조의 책임을 끝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어떤 무능했던 정부의 모습들. 이런 것들에 대한 분노를 좀 표현했었고. 차후에 제2의 제3의 세월호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좀 분명히 하고. 나아가 교사로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또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더 노력하겠다, 이런 내용들을 좀 담고 있습니다.

◇ 정관용> 네. 정부에 대한 비판 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이런 건 여러 곳에서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는 바이기는 하니까 그건 좀 여쭤보지 않겠고. 맨 앞에 학생들을 수동적 주체로 길러왔던 교사 반성한다,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뜻입니까?

◆ 하병수> 네. 뭐 여러 가지로 해석은 할 수 있는데요. 선생님들이 이번 수학여행 지도과정 속에서 발생한 거잖아요. 선생님들은, 거의 전국에 있는 모든 선생님들은 수학여행 인솔 경험을 갖고 계십니다.

◇ 정관용> 그렇죠.

◆ 하병수> 대부분 이 참사를 겪었을 때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렸던 장면들이 내가 그 상황에 처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공통된 생각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선상으로 올려 보내는 노력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있지만. 대부분 교사들은 그런 방송 상황에서 방송 말대로 따르라, 가만히 있어라 이렇게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교사들의 어떤 공통된 심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오히려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걸 되돌아봤을 때 누구보다도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고. 이러한 사태가 교육의 본질에 있어서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부당한 지시에 대한 어떤 비판적인 사고를 길러주지 못했던 이 교육의 문화와도 관련되지 않았을까, 그러한 생각들을 본질적으로 좀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을 주체적으로 키우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이런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 정관용> 네. 참 어떤 의미에서는 미묘하고 민감할 수 있는 주제 같습니다. 이게 즉,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주체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것은 너무나 맞는 말씀 같은데. 안전, 재난, 위험 이런 상황에서 방송을 통해 뭔가 지침이 내려오면 또 그것은 따라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거 참 정말 판단하기 어렵네요. 그렇죠?

◆ 하병수> 그렇죠. 그래서 이 부분이 물론 수학여행에 대한 지도과정 이런 부분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고의 본질이 수학여행 자체라기보다도 사회 안전 시스템의 문제와 구조과정이나 선박 관리감독의 책임을 구조적으로 잘못해왔던 정부 책임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단순히 교육개혁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개혁의 문제로 이 부분을 접근할 수밖에 없고 교사도 그런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데에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라는 어떤 의무감과 책임감이 좀 부여된 것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교사 분들뿐만 아니라 해외 학자들도 또 전국의 대학교수들도 이런 저런 시국선언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얼마 전에 마흔세 분의 선생님이 직접 실명을 기록하면서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하는 그런 입장발표를 했고 그것을 또 청와대 홈페이지에까지 실었단 말이에요?

◆ 하병수> 네.

◇ 정관용> 거기에 대해서 교육부가 징계방침을 밝혔는데, 이 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 하병수> 어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하달했습니다. 마흔세 분의 교사들이 그 학교 소속의 신분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이고 담당 과장 인터뷰 내용을 보면 법적검토를 해봤는데 충분한 징계사유가 된다, 이런 입장을 표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물론 교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표현 자체가 워낙 제약되어 있다 보니까 어쨌든 정치적 표현 자체를 완전히 금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 부분은 수많은 제자들과 동료교사들이 희생된 겁니다. 교사들도 제2의 유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문제고요. 이 부분을 그냥 슬퍼만 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이후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어떤 형태로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이것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 부분을 책임지고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느냐라는. 신뢰를 하는 교사도 있지만, 신뢰를 못하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상규명의 주체를 바꿔야 된다, 이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겁니다. 이 부분은 국민들의 정서에 반하지도 않는 부분이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징계사유로 직결된다라는 것은 사실 민주사회에서 쉽게, 그런 징계를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정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교조는 이 부분에 대해서 법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징계를 막기 위해서 좀 국민들과 함께 투쟁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국민여론상 진상규명 철저히 하고 책임자 처벌 하자, 여기에는 압도적으로는 다 찬성합니다마는. 이것을 가지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게 되면 이건 정치적으로 또 이 사건을 악용하는 것이다라고 우려하는 여론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이 마흔세 분의 교사 분들이 직접 실명까지 거론한 것이 좀 부적절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그 점 어떻게 보세요?

◆ 하병수>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고요. 어쨌든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그 심정은 어쨌든 진상규명과 끝까지 이 부분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좀 해달라라는 절박한 요구입니다.

◇ 정관용> 촉구다.

◆ 하병수> 네. 그래서 그런 맥락에서 좀 해석을 해야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교육부도 그렇고 당사자들도 그렇고 국민들이 상당한 격려와 지지를 지금 보여주고 있고. 오히려 징계조치를 발표한 교육부에게 굉장히 많은 국민들이 항의전화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래서...

◇ 정관용> 알겠습니다. 네. 저희가 또 교육부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일단 인터뷰는 응하지 않으셨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좀 지켜보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하병수>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전교조의 하병수 대변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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