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박원순 서민행보.. 순대국밥 먹고 시민들 만나고

"유세차 군중동원 하지 않을 것"

15일 후보자 등록 첫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주로 시민들과 만나며 소통하는 데 주력했다.
서울시장은 ‘소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적지 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다. 그만큼 여야 경쟁이 치열하다. 7선의 여당 국회의원과 현직 시장의 맞대결로 서울시장 선거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5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새정치민주연합)는 재선 출마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기자가 박원순 후보의 출마선언에서 남대문시장까지 선거운동을 동행 취재했다.

오전 10시 30분 서울시 시민청. 출마선언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수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이 빼곡히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11시가 되자 검은 정장을 입고 가슴에 노란 리본을 매단 박 후보가 서울시청 시민발언대에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시민발언대에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섰다. 그 중에서 민원·건의 98건(총 120건)을 시정에 반영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시장임을 강조하는 박 후보의 의중이 담긴 출마장소였다.


박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안전한 서울을 다짐했다. 서울시 부채감축과 같은 시정 성과도 이야기했다. 출마선언 이후 시청 입구에서 카메라기자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박 후보는 출마선언 후 첫 일정으로 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 박 후보는 학생들과 함께 앉아 노란리본에 메시지를 남겼다. 메시지는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였다. 추모의 공간에서 손수 리본을 묶은 후 조문을 했다. 박 후보는 굳은 표정을 한 채 말이 없었다. 한 시민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의식한 듯 “시장님, 박살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답하지 않았다.

분향소 조문을 마친 후 박 후보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평일이라 다소 한산했다. 견학 온 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고 있었다. 박 후보는 현충탑 앞에서 참배한 후 방명록에 ‘함께 사는 길’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다음일정은 회현동 남대문시장이었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시장은 후보들이 꼭 방문하는 소위 ‘필수코스’다. 하지만 친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박 후보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박 후보의 높은 지지율을 증명하듯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좁은 시장골목에 기자와 수행원들이 뒤얽혀 지나다니기 조차 힘들었지만 시민들은 환대를 아끼지 않았다. 악수를 청하기도 하고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박 후보의 얼굴에도 종종 미소가 보였다.

박 후보는 시장에서 6천원인 순대국밥을 먹으며 주인아주머니와 덕담을 나눴다. 박 후보는 신기한 듯 자신을 쳐다보는 여대생들에게 “시장보러 오셨어요? 어디서 왔어요?”라고 물었다. 한 여대생이 “친구는 인천에서, 저는 경기도에서 왔어요”라고 답했다. 이에 박 후보는 “(경기·인천에 살아도) 서울에 쇼핑하러 오면 절반은 서울시민”이라고 말하며 “인사안하면 안 된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또한 국밥을 먹는 도중 박 후보는 사진을 찍는 기자들에게 농담조로 “기자라는 직업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취재하느라) 밥도 제때 못 먹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시장골목을 돌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후보가 한 가게 앞을 지나치자 주인 아주머니는 “왜 우리가게는 안와요. 우리가게도 들러줘야지”라며 거침없이 애정표현을 했다. 또한 ‘찰바’를 파는 가게에 들러 “3년 전에 (보궐선거 할 때) 이 가게에 왔었다”며 4천원을 주고 ‘단호박찰바’ 2개를 샀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정몽준 후보와는 달리 박원순 후보는 차분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출마선언에서도 박 후보는 “요란한 유세차라든지 군중동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들을 찾아 길거리와 골목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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