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30분 서울시 시민청. 출마선언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수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이 빼곡히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11시가 되자 검은 정장을 입고 가슴에 노란 리본을 매단 박 후보가 서울시청 시민발언대에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시민발언대에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섰다. 그 중에서 민원·건의 98건(총 120건)을 시정에 반영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시장임을 강조하는 박 후보의 의중이 담긴 출마장소였다.
박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안전한 서울을 다짐했다. 서울시 부채감축과 같은 시정 성과도 이야기했다. 출마선언 이후 시청 입구에서 카메라기자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박 후보는 출마선언 후 첫 일정으로 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 박 후보는 학생들과 함께 앉아 노란리본에 메시지를 남겼다. 메시지는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였다. 추모의 공간에서 손수 리본을 묶은 후 조문을 했다. 박 후보는 굳은 표정을 한 채 말이 없었다. 한 시민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의식한 듯 “시장님, 박살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답하지 않았다.
분향소 조문을 마친 후 박 후보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평일이라 다소 한산했다. 견학 온 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고 있었다. 박 후보는 현충탑 앞에서 참배한 후 방명록에 ‘함께 사는 길’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다음일정은 회현동 남대문시장이었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시장은 후보들이 꼭 방문하는 소위 ‘필수코스’다. 하지만 친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박 후보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박 후보의 높은 지지율을 증명하듯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좁은 시장골목에 기자와 수행원들이 뒤얽혀 지나다니기 조차 힘들었지만 시민들은 환대를 아끼지 않았다. 악수를 청하기도 하고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박 후보의 얼굴에도 종종 미소가 보였다.
박 후보는 시장에서 6천원인 순대국밥을 먹으며 주인아주머니와 덕담을 나눴다. 박 후보는 신기한 듯 자신을 쳐다보는 여대생들에게 “시장보러 오셨어요? 어디서 왔어요?”라고 물었다. 한 여대생이 “친구는 인천에서, 저는 경기도에서 왔어요”라고 답했다. 이에 박 후보는 “(경기·인천에 살아도) 서울에 쇼핑하러 오면 절반은 서울시민”이라고 말하며 “인사안하면 안 된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또한 국밥을 먹는 도중 박 후보는 사진을 찍는 기자들에게 농담조로 “기자라는 직업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취재하느라) 밥도 제때 못 먹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시장골목을 돌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후보가 한 가게 앞을 지나치자 주인 아주머니는 “왜 우리가게는 안와요. 우리가게도 들러줘야지”라며 거침없이 애정표현을 했다. 또한 ‘찰바’를 파는 가게에 들러 “3년 전에 (보궐선거 할 때) 이 가게에 왔었다”며 4천원을 주고 ‘단호박찰바’ 2개를 샀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정몽준 후보와는 달리 박원순 후보는 차분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출마선언에서도 박 후보는 “요란한 유세차라든지 군중동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들을 찾아 길거리와 골목으로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