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의 7부 능선을 넘은 검찰은 16일 오전 10시 유병언 전 회장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유 전 회장이 검찰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불확실하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대리 지배구조를 형성해 실제로 경영에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해 왔다.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관세청과 협조 아래 유 전 회장의 금융관련 의혹 등을 점검하고 자료를 공유하며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핵심 계열사 관계자들을 줄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계열사 대표와 측근 8명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던 검찰은 유 전 회장을 향해 가는 '마지막 고개'에서 어려움을 만났다.
먼저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와 장녀 섬나 씨, 또 '핵심측근'인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는 수차례 소환에 불응하고 잠적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신병확보에 들어갔다.
현재 미 본국의 국토안보수사국(HSI)에 김혜경 대표와 김필배 전 대표에 대한 체류자격 취소요청이 들어간 상태다. 체류자격이 취소된 뒤에는 강제로 추방할 수 있다.
검찰은 역시 소환통보에 불응했던 장녀 섬나씨가 머물고 있는 프랑스 주소지를 찾아내 대검찰청과 협조 아래 강제구인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 머물고 있는 장남 대균 씨 역시 지난 12일 소환통보에 불응했다.
검찰은 대균 씨에 대해 즉시 체포가 가능한 'A급 지명수배'를 내리고 인천·평택 등 주요 항구를 찾아 밀항에 대비하고 있다. 또 강력부 검사들과 형미집행자 추적팀의 수사관들로 '특별추적팀'을 꾸려 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최측근인 계열사 대표들을 조사한 뒤 계열사 자금이 유 전 회장과 그 자녀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등 일가를 중심으로 행해진 조직적인 비리 정황을 파악하고 일단 자녀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을 향한 '칼 끝'은 자녀들이 모두 소환을 거부하면서 잠시 주춤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5월까지는 일가 소환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 등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유 전 회장 일가가 잇따라 잠적하면서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자녀들을 조사하기 전이라도 그간 압수수색과 최측근 조사를 통해 유 전 회장의 '청해진해운 사번'자료를 발견하는 등 충분한 수사가 이뤄졌다면서, 유 전 회장을 16일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이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원파 본산 금수원 앞에는 수백명의 신도들이 모여 검찰의 수사를 비판하고 유 전 회장의 결백을 주장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주변인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락을 계속 취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소환통보에 대한 입장을 듣지 못한 상태여서 출석여부는 불투명하다.
유 전 회장을 포함한 일가가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 전 회장이 조사를 거부할 경우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유 전 회장이 머물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금수원에 진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원파 신도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부담이다.
금수원에 진입했음에도 유 전 회장을 체포하지 못할 경우 결국 '부실수사'란 비판을 듣게 될 수도 있다. 검찰로서는 유 전 회장 소환을 앞두고 앞으로의 대처방식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