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달은 중국 입장에서 외교안보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시점이다. 미국이 동맹국을 위시해 중국을 본격적으로 옥죄는 시기에 포위망을 뚫고 한국에 오는 것이나 마찬가지 때문이다. 당장 1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동북아 지역에 군사력을 투사(投射)할 수 있는 집단적자위권 추진을 공식 천명했다.
앞서 한미일은 지난 4월 워싱턴에서 3각 안보협력을 논의하는 국방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 마크 리퍼트 국방부 비서실장이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됐다. 이번 달 말에는 한미일 국방장관이 싱가폴에서 만나 한미일 군사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사일방어 프로그램(MD)으로 향해가는 대중국 포위작업에 한국이 참여한다는 것이 중국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박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라도 한미일 안보협력을 비판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신 역사와 경제, 문화 부분에서 한중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쏠림을 최대한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관련해 한중 정상이 공동 인식을 드러내면서 자연스럽게 보조를 맞출 수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추진도 재차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이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두 정상의 발언은, 그 자체로 미국과 일본에 대한 메시지인 동시에 무엇보다 강력한 대북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형제국가'인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한국에 온 것부터 이미 4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북에 전하는 바가 있다.
공식적으로 다뤄지는 유일한 안보 이슈는 북핵 문제일 텐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론'이 다시 확인될 전망이다. 북핵을 제외하곤 대부분 비안보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무게감 있는 전방위 메시지인 만큼, 양국이 사전 의제 정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선발대 격으로 오는 왕이 부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왕이 부장 역시 취임 이후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왕이 부장이 먼저 방한한 뒤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