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범국민대화, 정부군-민병대 공방 속 시작(종합)

첫날 회의 키예프서 개최…동부 분리주의 세력 배제로 성과 불투명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민병대 간 유혈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범국민대화(원탁회의)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중재로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오는 25일 조기 대선에 앞서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을 완화하고 상황을 안정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진 원탁회의에 동부 분리주의 세력 대표들은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회의 성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우크라 범국민대화 시작 =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최고라다(의회)에서 14일 저녁(현지시간) 열린 첫날 원탁회의에선 분리주의자들의 활동이 거센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상황, 개헌, 중앙권력 분권화, 부패 척결 등의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는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 최고라다 의원, 대선 후보, 주지사, 지방의회 의원, 기업인, 사회단체 지도자, 국제기구 대표 등이 참석했다. 레오니트 크라프축, 레오니트 쿠치마 등 두 전직 대통령도 자리를 함께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개막연설을 통해 "대화를 하고 특정 제안들을 논의하자"면서도 분리주의 세력의 협박에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투르치노프는 "자신의 나라에서 전쟁을 획책하려고 무장한 사람들,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거나 아니면 이웃나라(러시아)의 뜻을 받들려고 무기를 든 사람들에 대해선 법적 절차를 통해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투르치노프는 또 지난 3월 러시아가 크림을 합병하면서 우크라이나가 1천억 달러(약 102조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부 도네츠크주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정부 공동의장 데니스 푸쉴린은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가 키예프 원탁회의에 공화국 대표들을 초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오는 17일이나 18일 동부 도시 도네츠크에서 열릴 예정인 원탁회의에 참석할 의사가 있으나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직접 대화하지는 않을 것이며 중재자를 통해 참석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탁회의에선 정부군과 분리주의 민병대 간 포로 교환과 정부군 철수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OSCE는 오는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전에 동부 지역의 무장 충돌 사태를 중지시키고 긴장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OSCE 의장을 맡고 있는 디디에 부르칼테르 스위스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범국민대화가 25일 조기대선을 앞둔 우크라이나 정치 상황을 안정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OSCE는 자체 전문가들을 통해 대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국민대화를 시작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러나 동부지역 분리주의 세력 진압을 위한 군사작전은 중단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위원장 안드리 파루비는 이날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사건 이후 정부군이 더 엄격하고 단호하게 진압 작전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군은 하루 전 도네츠크주 크라마로트스크 외곽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민병대의 매복 공격을 받았으며 이 공격에서 정부군 소속 공수부대원 7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주의 세력은 정부군이 진압작전을 계속할 경우 원탁회의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어서 어렵사리 시작된 회의가 긴장해소라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정부군-민병대 교전은 계속 =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선 정부군과 분리주의 민병대 간 교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 외곽에선 15일 오전에도 포성과 중기관총 소리가 들리고 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현지발로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새벽부터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 진압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투는 크라마토르스크시에서 약 30km 떨어진 스타로바르바로프카 마을 근처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날 작전은 앞서 정부군에 매복 공격을 가해 대규모 사상자를 발생시킨 민병대 대원을 소탕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은 민병대원들이 숨어 있는 숲을 포위하고 추가병력과 헬기까지 동원해 집중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분리주의자들이 뽑은 슬라뱐스크 민선 시장 뱌체슬라프 포노마료프는 슬라뱐스크와 이웃 크라마토르스크의 주민들이 정부군의 지속적인 공격과 도발에 분개해 속속 민병대로 자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주말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했던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분리주의 지도자들은 두 지역이 하리코프, 드네프로페트롭스크, 자포로지예, 니콜라예프, 헤르손, 오데사 등 다른 동남부 지역과 연대해 단일 독립국가를 창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리주의자들은 단일 국가의 이름으로 고대 러시아 국가 명칭인 '루시', 제정 시절 동남부 지역 명칭인 '노보로시야', '남동부 공화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가스대금 체불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 일정과 장소를 정하기 위해 오는 19일 베를린에서 회동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부 장관과 EU 귄터 외팅거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전화통화를 하고 러시아-EU-우크라이나 3자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만나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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