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등학교 희생자 유가족이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희생 교사 7명의 영정에 카네이션을 바쳤다.
이날 오전 분향소를 방문한 유가족 100여명은 단체로 헌화한 뒤 선생님들의 영정이 모셔진 분향소 왼편으로 가 아이들과 함께 떠난 교사들의 넋을 기렸다.
유가족들은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에 스스로 아이들의 곁으로 떠난 강모 교감부터 세월호에서 생일을 맞은 김모 교사까지 붉은 카네이션 화분 7개와 정성껏 쓴 편지를 선생님들의 영정에 바쳤다.
헌화에 앞서 단원고 2학년 권모군의 형(28)은 유가족이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글을 대신 낭독했다.
권 씨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곁을 떠난 착하고 소중했던 아이들을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엄마, 아바가 지켜주지 못한 자리를 지켜주고 안아주신 은혜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씨는 "지극한 제자에 대한 애정과 스승으로서의 책임감에 저희 엄마,아빠는 그저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부디 영면하시고 그곳에서도 저희 아이들 손 꼭 잡아달라"며 울먹였다.
이날 카네이션 증정에는 희생 교사 5명의 가족들도 함께했다.
헌화를 마친 학부모들은 먼저 떠난 아이들을 대신해 희생 교사들의 가족에게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학부모들이 떨리는 손으로 카네이션을 달자 곳곳에서 울음과 한숨이 터져나왔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애들이 선생님 너무 좋다고...2학년 되서 정말 너무 좋아했다"며 희생 교사의 아버지 손을 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부모는 "정말 죄송하다"며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교사라는 책임감 때문에 자식을 잃은 학부모 앞에서 슬퍼할 수 없었던 희생 교사들의 가족들은 유가족들의 따뜻한 포옹과 진심 어린 위로에 감사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모 교사의 부모는 "우리 00, 보고 싶어서 어떡하냐, 엄마 어떻게 사냐"며 오열했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울먹이며 딸의 영정에 흰 국화꽃을 바쳤다.
유경근 세월호사고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유가족들이 경황이 없어 어제 저녁 늦게서야 다음날이 스승의 날인지 깨닫고 오늘 카네이션 조문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유 대변인은 "애들이랑 선생님들이 수학여행 잘 다녀왔으면 오늘 스승의 날 기념 행사를 했을 텐데 우리 부모들이라도 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며 "우리가 하면 먼저 가 계시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