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열린 개막식 레드 카펫 행사에는 심사위원장인 뉴질랜드 출신 여성 영화감독 제인 캠피온과 개막작인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의 여자 주인공 니콜 키드먼 등 유명 영화인이 참석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2007년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은 이번에는 배우가 아니라 경쟁부문 심사위원 자격으로 검정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았다.
전도연은 개막식에 앞서 열린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긴장되고 걱정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다"면서 신중을 기해 심사할 뜻을 밝혔다.
영화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프랑스 인기 여배우 키아라 마스트로얀니의 영화제 공식 개막 선언에 이어 올리비에 다한 감독의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가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할리우드 최고 여배우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그레이스가 왕비가 되고 나서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과 모나코의 레니에 3세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 시기의 이야기를 다룬다.
모나코 왕실은 영화가 켈리의 모습을 잘 못 그리고 있다면서 이날 개막작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해 영화 외적인 갈등도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영화의 경향을 엿볼 수 있는 경쟁부문에는 유럽과 미국, 캐나다,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의 작품 18편이 선보인다. 1960년대 누벨 바그의 기수였던 최고령 장뤼크 고다르(84)부터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던 자비에 돌란(25)까지 다양한 감독들이 포진했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경쟁부문에 초청받지 못했다.
◇ 황금종려상 노리는 거장과 신진들
고다르, 켄 로치, 마이크 리 등 노장 감독부터 다르덴 형제,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 등 세계적 거장들이 만든 18편의 영화가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다르덴 형제다. 2000년대 이후 칸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1999년 '로제타'와 2005년 '더 차일드'로 황금종려상을 이미 두 차례 받았다.
특히 '로제타' 이후 만든 모든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2002년 '아들'은 남우주연상, 2008년 '로나의 침묵'은 각본상, 2011년 '자전거 탄 소년'은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터키 영화를 대표하는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의 경력도 만만치 않다. 2003년 '우작'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그는 2008년 '쓰리 몽키즈'로 감독상을, 2011년에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아나톨리아'로 심사위원대상(공동수상)을 받았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켄 로치 감독과, 역시 '비밀과 거짓말'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마이크 리 감독이 만든 '영국 영화'들도 최고작품상 후보로 손색이 없다.
이밖에 13년 만에 경쟁부문에 작품을 초청받은 장뤼크 고다르 감독과 캐나다의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달콤한 후세'로 1997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바 있는 아톰 에고이안 감독, 칸의 총아인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신작들도 언제든 황금종려상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 '도희야'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
한국영화계는 애초 임권택 감독의 '화장'이 경쟁부문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쉽게 초청받지 못했다.
그 대신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2010년 '하하하'로 홍상수 감독이, 2011년 '아리랑'으로 김기덕 감독이 이 부문 최고상인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아 한국영화와도 인연이 깊은 섹션이다.
영화는 삶의 끝에 내몰린 소녀 도희(김새론)와 그녀를 보호하려는 파출소장 영남(배두나), 도희의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았다.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선균·조진웅이 주연한 '끝까지 간다'는 감독주간에 초청받았고, 류승룡과 이진욱, 유준상 등이 주연한 창 감독의 '표적'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된다. 권현주 감독의 '숨'은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진출했다.
한편, 전도연은 경쟁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됐다. 국내 배우가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된 건 처음이다. 감독까지 포함하면 지난 2009년 이창동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