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간지 '빅코믹스피리츠'가 지난달 28일 자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마을에 다녀온 주인공 일행이 코피를 흘리는 장면을 게재했고 이어 이달 12일 원전 인근 후타바(雙葉) 마을의 전 촌장이 코피가 방사선 피폭 때문이라고 말하는 대목을 실으면서 공방이 거세졌다.
후쿠시마 현 측에서는 사토 유헤이(佐藤雄平) 지사가 "현민이나 후쿠시마 현을 응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하는 등 만화가 후쿠시마현이나 현지 생산물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을 확산시킨다고 반발했다.
또 지진 잔해물을 수용한 오사카(大阪)시 소각장 인근 주민이 코피를 흘리고 목과 눈의 통증을 호소했다는 표현이 포함된 것에 관해 오사카시와 오사카현은 출판사인 쇼가쿠칸(小學館)에 항의문을 보냈다.
환경성은 "피폭이 원인이 돼 주민이 코피를 흘린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반면 후쿠시마 농산물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에 관해 설명하는 전문가로 맛의 달인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 고야마 료타(小山良太) 후쿠시마대학 준교수(농업경제학)는 "후쿠시마가 재생을 위해 나서는 것을 포함해 취재는 긍정적이었다. 원전 사고가 잊혀 가는 중에 현상을 알리고 음식의 안전에 관한 논의를 정리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만화의 편집부는 논란을 낳은 표현이 "논의를 한 번 더 깊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작가가 채용한 것"이라며 코피와 방사선 사이의 인과 관계를 단정 지을 의도는 없었다는 뜻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그러나 작가인 가리야 데쓰(雁屋哲·73) 씨는 앞서 블로그에 소신을 밝혔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후쿠시마는 안전, 후쿠시마는 괜찮다, 후쿠시마의 부흥이 추진되고 있다고 쓰면 다 기뻐할지 모르겠다"며 논란이 된 호의 부제목이 '후쿠시마의 진실'인 만큼 진실 외에는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리야씨는 논란이 이 정도로 커질 줄은 몰랐지만, 후쿠시마를 다룬 내용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내용에 관한 책임을 자신에게 있으니 편집부가 아닌 자신에게 직접 보내라고 덧붙였다.
피폭으로 코피가 날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엔도 게이고(遠藤啓吾) 교토의료과학대학장은 방사선의 영향에 의해 혈액 중의 혈소판이 감소해 출혈이 멎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적어도 1천ｍ㏜(밀리시버트) 이상의 피폭이 없으면 출혈을 동반하는 증상이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카시 마코토(明石眞言)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 이사장은 "가장 피폭이 많은 작업원이라도 700ｍ㏜ 정도"라며 "그 사람들도 혈소판이 줄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4일 사설에서 만화의 묘사 방법에 관해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저선량 피폭에 관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많고 사고 후 건강상의 피해에 관한 주장도 많이 있는 등 관심의 배경에는 원전 정책에 대한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작품에 다뤄진 내용에 과하게 반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고 후쿠시마 주민이 사고로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제언했다. 또 다음 편에서 관련 논의를 더욱 깊게 하는 내용이 다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신문은 피해 주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만화가 창작물이고 장시간 취재에 근거해 관련자의 의문이나 비판적인 주장을 표현한 것까지 통설과 다르다고 봉쇄해야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국가와 도쿄전력은 작은 의문이나 불안에 대해서도 정중하게 답하는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며 정보를 은폐하는 것이야말로 근거 없는 소문을 키우는 온상이라고 지적했다.
맛의 달인이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주제에 관해 어느 한 편의 입장을 지지하는 쪽을 택함에 따라 논쟁은 쉽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83년부터 연재된 맛의 달인은 일본 사회의 식도락 문화를 강화한 요소로도 평가받으며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