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오는데…" 세월호 침몰 순간 의전만 챙긴 119

침몰한 세월호 승객 구조하는 해경 (사진 = 해경제공)
세월호 참사 당시 중앙부처에 대한 의전 때문에 해경의 초기 구조 활동이 방해받았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14일 세월호 참사 관련 첫 현안보고가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사 직후였던 지난달 16일 오전 8시 58분부터 11시까지 소방방재청 119 상황실과 목포행경이 주고받은 19차례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진 의원은 이 통화가 “황금구조시간(골든타임)에 침몰된 배 안에 있는 400명에 대한 최우선 구조를 위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 앞에서 구조된 사람들 보여줘야 하는 의전 먼저임이 너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는 게 진 의원의 주장이다.

진 의원은 특히 119상황실이 당시 오전 8시 52분 안산 단원고 학생으로부터 첫 신고를 받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 학생은 지금 이 세상에 없다”면서 시종일관 울먹이며 녹취록을 읽어 내려갔다.

녹취록에 따르면, 오전 10시 34분 119상황실은 목표해경으로 전화해 “복지부랑 중앙부처가 지금 내려온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 못가잖아요”라면서 구조자들을 팽목항으로 이송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목포해경은 “높으신 분이 어디로 오던 모르겠다. 한사람이라도 구조하는 게 우선이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10시 39분 119상황실은 이번에는 목포해경이 아닌 서해지방경찰청으로 전화를 걸어 같은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서해경찰청은 “지금 배는 침몰했다. 구조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가까운 섬에 내려놓고 또 구조하러 가야하니 나중에 전화를 하면 안되겠냐”고 구조 우선 원칙을 강조했다.

그런데 119상황실은 다시 전화를 걸어 “중앙정부에서 집결해 팽목항에 대기하고 있는데 서거차도에서 다른 데로 가버리면 다 붕 뜨게 된다”며 이송지 변경을 거듭 촉구했다.

진 의원은 “10시 7분 이미 배가 침몰했다고 하고 있고 45분에 한 통화에서는 400여명 이상 구조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구조한 사람들을 팽목항으로 데려오라고 황금같은 시간에 25분 이상 해경을 괴롭히고 있다”고 소방방재청을 질타했다.

또, "소방 헬기를 타고 온 전남 소방본부장이 10시 37분 사고 현장 도착을 앞둔 3분 전인 10시 34분부터 팽목항에 간부들이 온다는 것을 해경에 계속 통보해 구조된 사람들의 팽목항 이송을 요구했다"며 "119 상황실은 전남 소방본부장의 진두지휘로 구조자를 이송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해경의 구조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상호 소방방재처장은 “말씀하신 내용은 처음 봤다”면서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아래는 119 상황실과 목포해경 간의 통화 녹취록 전문.

119상황실-목포해경 녹취록

◈ 10:34:58~10:36:30 (119상황실 → 목포 해경) 팀장

119> 지금 환자나, 헬기 등 모든 것을 팽목항에 집결하는가요?
해경> 아니 지금 한명이라도 구조해야 되니까 서거차도로 무조건 나르고 있음.
119> 서거차도로요?
119> 섬이라서 그래요.
해경> 지금 이렇게…한다니까요. (끊으려고 함) 지금 바빠서 끊….
119> 아 잠깐만요 우리 팀장님 좀 바꿔드릴게요. 그 관계가 있어요.
119> 여보세요. 그거는 아는데요. 보건복지부랑 중앙부처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서 못 가잖아요. 팽목항으로 일단은 중앙부처에서 온다는데 어떻게 하죠?
해경> 높으신 분이 서거차도로 오든 팽목으로 오든 저희들은 모르겠고 우린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는게 우선 아닙니까.
119> 그건 그런다 치고요. 그럼 서거차도로 가십니까. 저희도 그쪽으로 말을 해줘야 하니까 그래요.
해경> 예. 저희는 일단은 구조해서 서거차도로 이송시키고 있습니다.
 
◈ 10:39:09~10:41:01 (119 → 서해지방경찰청) 실장

119> 지금 환자를 어디로 이송을 하시죠? 지금 보건복지부 쪽에서 팽목항으로 의사 등 인력 집결 중인데 지금 모든 환자를 서거차도로 보내고 있나요?
해경> 잠깐만요…(한참동안 내부의논) 지금 죄송합니다만 어느 병원으로 갈 건지까지는 저희가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119> 아니 그게 아니고 보건복지부 말로는 사람들이 나오면 병원 갈 사람은 병원에 보내고 안 갈 사람은 처치하고 그런다는데…서거차도는 섬이라 많은 인원이 못 가기 때문에 어쨌든 구급차로 이송해야 하지 않습니까.
해경> 지금 사람을 구조하는게 급선무이고 지금 배는 침몰했어요. 구조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가까운 섬에 내려놓고 구조하러 가야 하니까 일단 나중에 전화하면 안될까요.
 
◈ 10:45:32~10:49:55 (119 → 서해지방경찰청)

400명 구조가 안된 상황 파악 후 계속 이어지는 통화내용.

119> 지금 현재 79명 무조건 서거차도로 빼더라고요 구조자들을요. 그럼 서거차도에서 다시 이송할 방법은 어떻게 하나요.
해경> 그건 나중에…인명구조가 우선이니까 그건 나중에 나중 일이구요, 지금 많이 바쁘니깐 죄송합니다.
119> 아니요. 물론 바쁜 줄 알지만 저희 헬기라든지 구급차, 유조차등 전부 팽목항에 집결하고 있어요. 또 중앙 정부에서 집결하고 있는데 거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서거차도에서 다른 데로 가 버리면 어떻게 해요. 다 붕 뜨게 된단 말이예요. (중략)
119> 모든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라든지 모든 내려오시는 분들이 모두 다 팽목항으로 되어 있는데 서거차도에서 환자를 싣고 어디로 나올 것이며 방법이나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단 말이예요.
해경> 그거는 조금 있다 구조하고 나서인 것 같고요 그러면 일단 팽목항에 대기하고 있다고 구조세력에 통보하겠습니다.
 
◈ 10:50:31~10:53:03 (119 상황실 → 목포 해경)

119> 지금 서거차도 요구조자를 전부 다 옮기고 있죠. 거차도에서 진도 팽목항으로 나올 예정인가요?
해경> 일단 그 구조가 우선이지 어떻게 바로 나온답니까?
119> 아니요. 지금 해경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저희 헬기가 전국에서 11대 정도 동원됐고 구급차 열 몇대가 동원됐고 인근에서 헬기에 급유할 유조차들 등 모든 인력장비, 소방과 통보된 모든 유관기관들도 팽목항 그쪽으로 집결하고 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씀하면 안 되죠.
해경> 일단 인원이 많다 보니까.
119> 예 구조가 중요한지 아는데요. 구조자를 육지로 옮기는 것도 중요하잖습니까. (중략)
해경> 그 부분은 그렇게 하신다면 일단은 구조해놓고 무조건 한 사람이라도 바다에 있는 분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119> (중략) 중앙부처에서 전부 다 팽목항으로 집결 중인데 서거차도에 그대로 있으면 다 발목이 묶인 상태가 되지 않습니까?
119> 서거차도에 감독자라든지 관리하는 해경직원이 계신가요? 전화번호 몇 번인가요?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