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츠크주 분리주의 세력 지도부는 러시아에 병합을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서방은 주민투표와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개표를 끝낸 도네츠크주의 분리주의 세력이 먼저 독립을 선언했다.
도네츠크주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정부 공동의장 데니스 푸쉴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주민들은 11일 주민투표 결과와 공화국 주권 선언에 기초해 지금부터 공화국이 독립국가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푸쉴린은 이어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주민들의 의사 표시를 고려하고 역사적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 러시아 연방에 도네츠크공화국의 편입 문제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네츠크는 원래 러시아 제국의 일부였으며 1917년 유혈 재앙(사회주의 혁명) 이후 편의주의적 행정 경계에 의해 대러시아로부터 분리됐다"며 "도네츠크의 주민들은 러시아·벨라루스와의 통합국가에 재편입되기를 희망해 왔다"고 주장했다.
푸쉴린은 그러나 다른 기자회견에선 도네츠크가 우크라이나 내에 남아 광범위한 자치권을 인정받는 연방제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다른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지도자 미로슬라프 루덴코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최고 국가권력 기구는 최고회의(의회)와 국가안보회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간스크주도 뒤이어 독립을 선포했다. 루간스크주 민선 주지사 발레리 볼로토프는 이날 집회에서 "우리는 키예프 쿠데타 세력의 전횡과 유혈 독재, 파시즘, 민족주의에서 자유로운 독자적 길, 자유와 법치의 길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하루 전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대부분 지역을 장악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의 이 두 지역에서는 중앙정부로부터의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가 치러졌다.
투표 잠정 집계 결과 도네츠크에서는 투표자의 89%, 루간스크에서는 96.2%가 독립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율은 도네츠크주가 75%, 루간스크주가 81%로 잠정 집계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크렘린궁 공보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는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주민들의 의사 표현을 존중한다"면서 다만 "주민투표 결과의 이행은 폭력을 반복하지 않고 키예프(우크라이나 중앙정부), 도네츠크, 루간스크 대표들의 대화를 통해 문명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동부 지역의 주민투표와 독립 선언을 인정할 수 없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분리주의자들과 테러리스트들이 주민투표라고 부르는 광대극은 살인과 납치, 폭력 등을 포함한 중대 범죄를 감추려는 선동적 위장에 다름아니다"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28개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 뒤 발표한 성명에서 "EU는 우크라이나의 단합과 주권, 독립, 영토적 통합성을 확실히 지지하며 러시아도 같은 원칙을 지켜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인 디디에 부르칼테르 스위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여러 지역에서 실시된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 헌법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이라며 "이는 피해야만 하는 도발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지지하고 나섰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불법적 주민투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