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美보훈장관, 공화당으로부터 사임 압력

'보훈병원 예약시스템 엉망…사망 속출' 스캔들

일본계 미국인인 에릭 신세키 미국 보훈부 장관이 그렇지 않아도 육군참모총장 시절 악연이 있는 공화당으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신세키 장관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보훈 병원에서 수십명의 퇴역군인이 입원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나서 의회 청문회 소환장이 발부되는가 하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 내부 고발자가 병원 측이 대기 시간을 연장하거나 약속 시간을 조작하고 비밀 대기자 명단을 운용함으로써 최대 40명의 미리 막을 수 있는 죽음을 초래했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 내 최대 퇴역군인 조직인 재향군인회는 이런 관행이 콜로라도주 포트콜린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조지아주 애틀랜타 및 오거스타 등 전국 병원에서도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훈부 산하에는 1천700개의 각종 병원과 시설이 있으며 900만명이 환자로 등록돼 있다.

이에 따라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인 존 코닌(텍사스), 제리 모랜(캔자스), 리처드 버(노스캐롤라이나) 의원 등이 최근 신세키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상원 보훈위원회 소속 모랜 의원은 "보훈부의 책임감 부재, 관리·감독 부실이 명백한데도 신세키 장관이 개선 의지가 없으므로 스스로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코닌 의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퇴역군인들에게 그들이 받을 자격이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새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원 보훈위는 지난주 구두투표를 통해 신세키 장관에 대한 소환장 발부를 만장일치로 가결처리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도 직접적인 사임은 요구하지 않았으나 리더십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이번 사태가 11월 중간선거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앤 커크패트릭(민주·애리조나) 하원의원은 신세키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보훈 병원의 예약 시스템에 대한 전국적인 감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신세키 장관은 사임을 거부하면서 관련 부서에 이번 스캔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모든 보훈 병원을 감사하라고 지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도 잇따라 신세키 장관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신세키 장관의 사태 수습 능력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헤이글 장관도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신세키 장관만큼 책임감이 많은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신세키 장관은 하와이 태생의 일본계 미국인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발목 지뢰를 밟아 불구가 됐다.

이라크전 때 미국 육군참모총장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갈등을 빚어 2003년 6월 열린 퇴임식 때 부시 대통령은 물론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