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꽃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꽃 가운데 하나가 바람꽃 종류입니다. 그것은 은근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연약한 듯하면서도 겨울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강인함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치고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을 한두번 보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바람꽃속 식물로는 18종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남방바람꽃입니다. 남방바람꽃은 전국적으로도 자생지가 많지 않기도 하고 제주에도 딱 한 곳에서만 자라는 멸종위기 식물입니다. 식생변화에 민감해서 천이에 의해 도태되기 쉽고 인위적인 훼손 또한 멸종위기를 부채질 하는 듯합니다. 보호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입니다.
남방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 숲속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해서 남부지방 몇 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키는 커봐야 어른의 무릎 정도 자라고 잎은 전체적으로 둥근 심장 모양이지만 세 갈래로 깊게 갈라졌습니다. 뿌리에서 올라온 잎은 잎자루가 길고 줄기에서 나온 잎은 잎자루가 없으며 잎 앞면에는 희미한 흰 무늬기 보입니다. 줄기 끝에는 다시 3장의 꽃싸개 잎이 모여 나고 그 가운데에서 1~3개의 꽃대가 나와 각각 한 송이씩 흰 꽃을 피웁니다. 꽃은 4월 초순이면 제주에서 볼 수 있는데 5월 초순에 장관을 이루고 중순까지도 관찰됩니다. 꽃잎은 여느 바람꽃과 같이 퇴화되어 없어졌고 꽃받침잎이 그 역할 대신하고 있습니다.
남방바람꽃이라는 이름은 남쪽에 피는 바람꽃이라는 뜻일 텐데 재미있는 것은 북방계 식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방바람꽃은 남바람꽃, 봉성바람꽃이라 부르기도 하고 심지어 제주에서 발견될 때는 한라바람꽃이라 하기도 하여 헷갈리게 합니다. 남방바람꽃은 1942년 박만규 박사에 의해 전남 구례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남바람꽃이라는 이름으로 박만규 박사에 의해 작성된 글이 전해집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해방 후 박만규 박사가 저술한 '우리나라 식물명고'(1949)라는 책에는 봉성바람꽃이라 나와 있고 있고 또한 '한국쌍자엽식물지'(1974)에는 남방바람꽃이라고 하여 계속해서 이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남방바람꽃에 대한 정리가 그때까지 되지 않아서 식물의 발견자가 이름을 바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 후 출간된 이상태의 '한국식물검색집'(1997)에도 남방바람꽃이라 쓰고 있고 모두 그렇게 부르고 있었는데 최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이라고 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시 남바람꽃이라는 국명을 사용하면서 이름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처음 박만규 박사에 의해 쓰였던 글이 논문의 형식으로 세상에 발표된 것이 확실하다면 식물의 선취권이라는 면에서 남바람꽃으로 불러야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발견 당시 썼다고 하는 이 글에는 식물이 발견된 시점만 있을 뿐 왜 남바람꽃으로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고 또한 언제 어느 학술지에 발표된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없기 때문에 남바람꽃으로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남방바람꽃은 꽃이 작고 귀여우면서 뒤태가 예쁜 꽃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천진난만한 여인'이라는 꽃말을 짓기도 합니다. 그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화사한 아름다움을 주고 무리지어 자라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이용해도 괜찮아 보입니다. 정원이나 공원화단에 서양에서 들어온 개량품종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우리 식물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방바람꽃의 학명이 Anemone flaccida입니다. 종소명 flaccida는 '유연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저지대는 봄이 한창이지만 한라산 1100은 이제 봄이 유연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다른 꽃에 비해 남방바람꽃에 더 시선이 가는 것은 화려하지 않고 유연한 봄 색깔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