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5시 서울 시내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 등 5대 종단 신도 1,000명은 청계광장에서 연합시국기도회를 열고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아이들을 살려내라',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등의 구호가 담긴 손팻말을 치켜든 신도들은 고개를 숙여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
이어 오후 6시에는 시민촛불원탁회의가 주최하는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국민촛불'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는데,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와 청소년 등 시민 5,000명(경찰 추산 1,700명)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해경 등 정부의 미흡한 초동대응과 사후 처리를 놓고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 8일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에서 세월호 참사 규탄 기습시위를 벌였던 대학생은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이 두려움을 마주하며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떨었을 그 시간 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나"라며 "대통령·국회의원·고위 관료직 당신들은 국민을 지켜야 하는데 돈과 권력을 지킨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뒤이어 저녁 7시부터는 국정원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나가던 시민들의 가세하며 이날 집회에는 6,000명(경찰 추산 1,900명) 이상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정종성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는 "정부는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재앙의 컨트롤타워'"라며 "책임자들이 온당한 처벌을 받고 물러날 때까지 끝까지 함께 촛불을 들자"고 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저녁 8시 10분쯤부터 청계광장을 시작으로 종로1가, 명동성당을 지나 을지로입구를 거쳐 다시 청계광장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이날 저녁 6시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문화광장에서도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가 준비한 대규모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등 주최 측 추산 2만 명(경찰 추산 8,000명)이 참석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추모행사는 경기 굿 위원회의 살풀이춤으로 시작해 가수가 꿈이었던 단원고 학생 희생자의 생전 노래 음성,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 유족과 단원고 학생 희생자 2명의 유족 발언을 듣는 순서로 이어졌다.
이번 사고로 숨진 박모 군의 아버지는 '희망이란 끈을 놓으면서 하늘로 보내는 애비의 편지'에서 "못난 땅에 태어나게 한 무능한 애비로서 무릎 꿇고 사죄한다"며 울먹였다.
이 같은 유족의 슬픔을 나누는 추모행사는 수도권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도 진행됐다.
저녁 7시쯤 민주노총 강릉지역지부와 원주시민대책위원회는 각각 강릉시와 원주시에서 촛불을 들었다.
또 광주진보연대와 YMCA 광산지회, 광주 YMCA도 같은 시각 문화제를 열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제주에서도 이 시각 시청 동상 앞에서 정부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열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13일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책위를 발족하고 이번 참사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17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국민의 목소리와 행동을 하나로 모아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국정원 시국회의 측은 "더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에 국민들을 맡길 수 없다"며 "오는 17일 토요일 이 자리에서 10만 이상의 범국민이 모여 촛불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