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친구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자료 사진)
안산시내 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들었다.

안산시 24개고등학교 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고교생 1천여명은 9일 오후 6시 30분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위치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안산 문화의 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하늘로 간 우리 친구들 영혼과 함께 손을 잡고 걷고자 합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행진을 시작한 학생들은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적힌 노란색 종이를 손에 들고 안산 문화의 광장까지 3km 거리를 40여분 동안 걸어갔다.

문화의 광장에 도착한 7시 30분부터는 학생들이 주관하는 촛불 문화제도 열렸다.

경찰 추산 1천여명의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한편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며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집회를 열며 학생회장단측은 "최소한의 안전조차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떠난 친구들을 생각하며 우리는 슬퍼하고 있다"며 "친구들이 좋은 좋은 세상에서 못다한 삶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무능한 대응과 해경을 질타했다.

학생단은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우왕좌왕하는 해경과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 앵무새 언론을 봤다"며 "친구들이 어떻게 희생됐는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단원고등학교 7회 졸업생이자 전 학생회장 임보선 군은 '하늘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 분께 바치는 자유 발언'에서 "천사들의 죽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임 군은 "사고 소식을 듣고 그 날 진도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며 "진도 실내 체육관에서 자식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님들을 보고 그 때서야 사고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군은 "구조자는 나오지 않고 실종자만 나오는 상황에서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세월호로 갔지만 구조 작업은 더디기만 했다"며 "아이들이 그 배 안에 있다는 생각에 걱정만 가득했다"고 당시 안타까운 상황을 회상했다.

임 군은 이날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국민으로서 미래의 부모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훌륭한 부모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희생된 천사들을 위해서 세월호 사건을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모(16)군은 "같은 동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임시 합동분향소에 갔었는데 사진 속 친구들의 얼굴이 계속 아른거려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참여한 학생들이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진 뒤 1시간 30여분만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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