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에 따라 굳이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3D로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이 영화에 구현된 3D기술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어떤 장면은 제법 인상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2D건 3D건 중요한 것은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평균 이상의 만족도를 안겨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3D영화는 특수효과가 대폭 활용된 '미스터 고'가 대표적이다. 올 여름 공포영화 '터널'이 3D로 개봉될 예정이나 실질적으로 3D영화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는 높은 제작비에 따른 투자의 어려움과 아직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3D문법 그리고 이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창작자들이 절실히 느끼지 못한다는데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배경에는 할리우드식의 특정 장르에 기반을 둔 화려한 스케일의 3D영화와 달리 국내 제작 환경에 적합한 3D영화를 찾아본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더불어 영화 '아바타'이후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3D기술을 기존 영화인들에게 교육시켜 그들의 표현영역을 확장시키고, 한국3D영화의 미래를 가늠해보기 위한 일환이었다.
"3D 왜 하나? 이번에 가능성 발견"
'유령'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9일 언론시사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솔직히 3D영화를 만들어볼 생각도 없었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3D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3D=판타지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현실에 3D카메라를 갖다놨을 때 관객들이 훨씬 큰 감정몰입과 공감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유령은 2012년 한국사회를 충격에 몰아 넣었던 신촌 사령카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이버 세계에 푹 빠져있는 두 청소년이 온라인 공간에서 만난 한 여학생의 부탁으로 실제로 살인을 벌이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주된 소통 매체인 '단체톡'의 이미지와 문자가 3D로 적극 활용됐다.
류 감독은 "교육을 받으면서 어떤 내용물을 담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처음에는 3D효과를 낼 수 있는 소재를 찾기도 했으나 통념을 벗어나고자 했고 평소 관심을 뒀던 신촌 사건을 모티브로 유령을 만들기로 결정한 뒤 (현실 문제를 영화로 즐겨 다루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3D로 구현된다면 어떨지를 상상해봤다”고 했다.
"3D의 최대 장점은, 극장에서 관람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많이 보는데, 만드는 사람 기준에서는 그건 정보와 기호에 불과하지 영화가 아니다. 3D는 그런 점에서 창작자 입장에서 하나의 무기가 되지 않을까."
그는 "3D를 활용하면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을 관객들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면서 "그런 점에서 계속 관심이 간다. 다음 영화도 3D를 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피크닉은 자신도 어리지만 홀어머니를 도와 자폐증인 어린 동생을 돌봐야한 8살 소녀의 일상과 판타지를 그린 영화. 만화보기가 유일한 취미인 그는 어느 날 엄마 몰래 가족의 짐이 되는 동생을 데리고 깊은 산속으로 소풍을 떠나고 그곳 숲에서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아역배우 김수안의 감성연기가 무엇보다 마음을 울리는 이 영화는 후반부 환상신에서 3D효과가 적극 활용됐다.
류승완 감독은 이날 "감독끼리 교육을 받을 때 김태용 감독이 자주 지각하고, 강의 내용도 잘 알아듣지 못해서 3D 기술이 제일 후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제일 좋게 나왔다”는 비화를 폭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3D가능성 크게 봐, 뮤지컬 3D로 만들고파"
3D 단편 '카오스'를 연출한 바 있는 한지승 감독은 세 감독 중에서 3D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았다.
'너를 봤어'는 어느 날 정체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람들이 좀비가 된 이후 좀비와 보통 인간이 공존하는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사랑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한지승 감독은 "첫 3D 작업이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기술로 표현할 수 있는 드라마에 더욱 집중했다"며 "인물의 동선이나 장소의 겹 등 특장점 이외에 먼지랄까, 빛, 반사 등 질량으로 따질 수 있는 것들의 입체감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또한 "2D와 3D는 표현의 완성도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면서도 "3D에 대한 가능성을 크게 본다. 기회가 되면 뮤지컬 장르를 3D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바랐다.
그렇다면 배우들은 3D영화를 찍어본 소감이 어떨까? 유령에서 사령카페의 방장을 연기한 배우 이다윗은 "사실 연기자 입장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장비가 다르고, 시간이 더 걸리고, 3D안경을 끼고 모니터를 한다는 게 색달랐다"면서도 "평소 3D영화를 보면서도 제가 3D영화를 찍게 될지 몰랐는데 매우 재미있었다"고 색다른 경험이었음을 밝혔다.
이다윗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박정민은 "이 현장에 있다 다른 현장에 갔더니 카메라가 장난감처럼 보였다"며 "평소 존경하던 류 감독님과 짧게나마 새로운 도전을 하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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