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D는 '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의 약자로 김재박 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위원이 현대(현 넥센) 사령탑 시절 했던 말이다. 이후 김 위원이 LG 감독을 거치면서 유탄을 맞은 특별한 사연 덕분에 이제는 야구계 명언이 돼 버렸다. 야구는 물론 축구, 농구 등 타 종목에까지 퍼졌다.
정확히 반대되는 표현이 UTU, 'Up Team is Up'(올라갈 팀은 올라간다)이다. 확실한 전력을 갖춘 팀은 언젠가는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간다는 것이다.
지난해 다소 희미해졌던 이 표현들이 올해 고스란히 야구계에서 다시 유행할 태세다. 시즌 초반이지만 올라갈 팀과 내려갈 팀이 벌써부터 명확하게 구분되기 시작하고 있다.
▲UTU는 역시 삼성…넥센-NC "우리도 있소"
UTU의 대표 주자는 역시 삼성이다. 지난달 4월 중하순만 해도 7위로 허덕였지만 8일 현재 승률 6할(16승11패)을 바라보며 3위에 올라 있다. 1위 넥센에 1경기, 2위 NC에 반 경기 차다.
최근 기세로만 보면 1위 등극은 시간문제로까지 보인다. SK 원정 싹쓸이로 5연승을 달린 삼성은 지난달 13일 이후 13승5패를 거뒀다. '뱀직구' 임창용이 마무리로 틀어앉은 이후부터다.
유일한 팀 평균자채점(ERA) 1위(3.95)의 강력한 마운드에 득점-실점 마진이 +16일 만큼 타선이 제몫을 해주는 등 투타 전력이 안정돼 있다. 시즌 초반 부진하다 치고 올라가는 모습은 최근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최근 시즌 행보와 일치한다.
역시 UTU라는 찬사가 나온다. 하일성 KBS N,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이순철 SBS, 이효봉 XTM 등 방송 4사 해설위원들은 일제히 임창용 가세 이후 삼성의 반등을 예상한 바 있다.
NC는 시즌 전 각 구단 감독들이 앞다퉈 다크호스로 꼽았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재학(3승)-웨버(4승)-에릭(3승)에 찰리까지 최근 첫 승을 따내는 등 최강 선발진을 자랑한다. 팀 타율 2위(.291)의 타선도 든든해 1군 합류 2년 만의 가을야구도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롯데도 4위를 달리며 지난해 6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무산의 아쉬움을 씻을 태세다. 장원준(4승)이 가세한 선발진에 타점 1위(30개) 히메네스로 타격까지 보강됐다. 선수층이 두터운 5위 두산도 언제든 4위권으로 치고 나갈 힘을 갖추고 있다.
▲LG 2년 만에 불명예 위기…한화-KIA "올해도 힘드네"
LG는 두 시즌 만에 DTD의 불명예를 안을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LG는 정규리그 2위로 11년 만에 감격의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DTD의 수식어도 떼어냈다. 지난해 이병규(9번)가 선물받은 응원가 '라뱅쓰리런'에는 'DTD는 끝났어'라는 가사도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다시 DTD의 악몽이 찾아왔다. 시즌 전 4강 후보로 꼽혔지만 8일 현재 9승21패1무로 최하위에 처져 있다. 9개 팀 중 유일한 승률 3할대(.300)다.
김기태 감독의 사퇴 충격 요법도 말을 듣지 않고 있다. LG는 지난달 23일 김 감독이 물러난 이후에도 5승8패에 그치고 있다. 에이스 리즈의 공백이 생각보다 심각한 데다 올해 연장에서만 1무6패 등 승운도 따르지 않고 있다.
KIA는 또 다시 부상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에이스 양현종, FA 거물 김주찬 등의 부상으로 8위로 추락했던 KIA는 올 시즌 전 선발 기둥 김진우에 이어 곽정철, 박지훈, 유동훈 등이 이탈했다. 최근에는 이범호와 김선빈, 김민우까지 부상 도미노가 이어졌다. 한화에 승률에서 간신히 앞선 7위다.
지난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대기록이 무산됐던 SK는 올해 FA로이드의 약발이 다소 떨어진 모양새다. 삼성에 3연패하며 6위로 처졌다. 다만 SK에 DTD는 다소 낯선 용어였던 만큼 UTU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아직 올 시즌은 30%도 채 진행되지 않았다. 각 팀마다 100경기 안팎의 일정이 남아 있다. DTD와 UTU, 과연 어느 팀이 이 야구 격언에 들어맞을지, 아니면 자유로워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