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주민투표 강행"…유혈충돌 위기 재고조

우크라 정부도 진압작전 지속 선언, EU 주민투표 취소 요구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연기하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고 투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무산되고 최악의 유혈충돌에 대한 우려가 재고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주민투표 취소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서방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군사력 배치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 우크라 동부, 분리·독립 주민투표 강행 결정 =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와 루간스크주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은 8일(현지시간) 자체 회의를 통해 주민투표를 예정대로 11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도네츠크주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인민위원회는 공화국의 독립에 관한 주민투표를 연기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공화국 정부 공동의장 미로슬라프 루덴코가 전했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인민위원회도 주민투표를 연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루간스크주 분리주의 세력 지도자 알렉세이 츠밀렌코가 밝혔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은 지난 4월 초 두 주의 분리주의 시위대가 자체 선포한 주민 정부 조직으로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준비해왔다.

두 개 주의 주민투표 강행 결정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의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해 주민투표를 연기하자고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푸틴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리주의 세력이 주민투표 강행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논평을 자제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주민투표 강행 방침 발표에 대해 "주민 투표는 적법성이 없으며, 사태를 악화할 뿐"이라며 투표 취소를 요구했다.

◇ 우크라 정부군, 분리주의 진압작전 지속 발표 = 동남부 지역의 분리주의 세력이 주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분리주의 시위대 간 유혈충돌 위기가 다시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동부 지역의 주민투표가 연기되는 것과 관계없이 분리주의 세력 진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유혈 충돌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이날 동부 도네츠크주 도시 마리우폴에서 분리주의 민병대가 장악중이던 시청 건물 탈환 작전을 벌였다.최근 이틀 동안 정부군과 민병대는 마리우폴의 시청 건물을 교대로 장악하며 공방전을 벌였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분리주의 민병대 지도자들과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투르치노프는 하루 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남부 지역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진압작전을 중단하고 모든 정치세력 및 지역 대표들과 범국민 대화에 착수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이같이 답했다.


◇ 주민투표 후 동부지역 독립공화국 선포 예상 =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실시될 주민투표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군의 진압작전으로 반정부 분위기가 최고로 고조된 상황에서 이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할 것이고 투표 결과는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 결정으로 나올 게 거의 확실하다.

두 지역은 이런 투표 결과를 근거로 독립공화국을 선포하고 역시 분리주의 성향이 강한 하리코프주, 니콜라예프스크주, 오데사주 등 다른 동남부 지역과 연대해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분리된 독립국가 창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부 지역은 또 중앙정부가 이달 25일 실시할 예정인 조기 대선도 보이콧할 게 분명해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조기 대선이 반쪽짜리 선거로 끝나면 동남부 지역은 중앙정부의 합법성을 문제 삼아 분리주의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앞서 크림 공화국이 그랬듯 러시아로의 편입을 시도할 가능성도 크다.

◇ 러-서방, 우크라 접경 군사력 배치두고 설전 =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서방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군사력 배치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부 차관은 이날 "추가적 도발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통상적 훈련을 실시하던 전술 부대까지 후퇴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1만5천명의 병력을 국경 지역에 배치했으며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동유럽 지역의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동들은 우크라이나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안토노프 차관의 이런 발언은 하루 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모두 철수시켰다고 주장한 푸틴 대통령 발언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졌다.

서방은 러시아 측의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시력이 좋지만, 아직 (러시아군) 철수와 관련한 어떤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스티브 워런 미국국방부 대변인도 "우크라이나 접경의 러시아군 태세에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약 4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켜두고 우크라이나 침공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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