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이맘때면 자녀가 보여주는 재롱과 애교에 웃음꽃이 가득 폈을 부모들이지만, 지금은 자녀의 웃는 모습이 담긴 휴대 전화를 보며 조용히 흐느낄 뿐이었다.
체육관의 적막함을 채워주는 대형 TV 뉴스에서 어버이날 관련 소식만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아버지들 대부분이 이른 아침 진도항으로 떠난 탓에 30여 명의 가족만 남은 체육관에는 허전함과 쓸쓸함만 감돌았다.
23일째 딸을 기다리고 있는 김미영(가명) 씨는 체육관 내 가족상황실 앞을 서성였다. 상황실 내 수색 상황이 적힌 게시판을 보기 위해서다. 하루 종일 '유속이 좀 떨어졌는지, 희생자가 또 발견됐는지' 유심히 살펴보며 딸을 품에 안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시커멓게 타들어간 자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창하기만한 날씨가 얄밉기만 하고, 수색 작업을 방해하는 세찬 바람이 야속하기만 한 듯 미간을 좁히며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 씨는 "시간이 오래가니까 이제는 지친다. 어제는 많이 아파서 링겔도 맞았다"며 "빨리 집으로 가고 싶지만 아이를 찾기 전까지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다"며 신음하듯 갈라지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었다.
김 씨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딸은 결혼 뒤 7년 만에 어렵게 생긴 아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축복처럼 태어난 딸이었다.
하나뿐인 딸을 귀하고 또 귀하게 길렀다는 김 씨. 이렇게 허망하게 딸과 헤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버이날 빨간 카네이션이 곱게 달렸을 이 가슴이 허전해 노란 리본을 대신 달았다.
"남들은 무능한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하지만 나는 딸을 지키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나도 죄스럽고 원망스럽다"는 김 씨는 컴컴하고 차가운 바다에서 엄마를 애타게 찾았을 딸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기만 하다.
지리하기만 한 체육관 생활이 힘들기도 할테지만 "이곳은 모든 게 넘쳐난다"면서 "안되는 건 딸 찾는 거 하나밖에 없다. 마음대로 안되는 건 저거 하나다. 딱 하나…" 김 씨는 말끝을 흐렸다.
"대통령이 마지막 한 명 찾을 때까지 한다고 했으니까 기다려봐야죠"
오후가 되도록 수색 결과가 적히지 않는 무심한 상황판을 바라보며 먹먹해지는 가슴을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