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은 2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대표팀의 사상 첫 메달(동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그때 '홍心'을 사로잡았던 주역 12명이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23명 중 절반을 넘는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골키퍼 정성룡(수원), 박주영(왓포드), 김창수(가시와)를 포함해 윤석영(QPR), 기성용(선덜랜드), 김보경(카디프시티), 황석호(산프레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박종우(광저우), 구자철(마인츠), 이범영(부산), 김영권(광저우) 등 총 12명이다.
이 중 구자철과 김보경, 이범영, 윤석영, 김영권 등 5명은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부터 홍명보 감독과 늘 함께 한 '원조'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린다.
여기에 런던올림픽 출전이 유력했으나 부상 때문에 출전이 좌절됐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한국영(가시와) 등을 포함하면 범위가 넓어진다.
홍명보 감독이 8일 최종 엔트리 발표 자리에서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직접 이름을 언급할만큼 막판까지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쳤던 박주호(마인츠)와 이명주(포항)는 각각 윤석영과 박종우에 밀려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박주호는 부상, 이명주는 애매한 포지션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가 전성기에 돌입하는 시기인 2년 뒤 월드컵 무대에 나서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올해처럼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적은 없었다.
대표팀을 선발할 때 패기 못지않게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이번 대표팀에는 전반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평균 연령은 25.9세로 역대 최연소다. 그렇다고 경험이 크게 부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다수가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에 진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장점은 분명히 있다. '원조' 홍명보의 아이들과 런던올림픽 대표팀의 주역들은 홍명보 감독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면서 그가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을 잘 이해하고 있다. 감독 역시 선수들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어 활용폭이 넓다.
다만 홍명보 감독은 옛 제자들과의 인연이 강조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그 선수들을 잊었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홍명보의 아이들이라고 하는데 한번 정도 경험했던 것은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이 공언한대로 깜짝 발탁은 없었고 오히려 예상대로 익숙한 선수들 위주로 최종 엔트리를 꾸몄다. 그래서일까.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배우 김보성의 '으리'를 패러디해 '홍명보의 엔트으리'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손발을 맞춘 경험이 많고 특히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던 홍명보의 아이들, 그들이 주축을 이룬 월드컵 대표팀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