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 얘기가 아니다.
브라질로 향하게 될 23명의 태극전사가 결정됐다. 오랜 기간에 걸쳐 실력과 기량 검증을 마친 한국 축구의 대표 얼굴들. 이제 대회에 맞춰 건강을 유지한 채로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이상 그들에게 월드컵은 이미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남은 기간에 최대한 컨디션 조절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부상을 피해야 한다.
박주호의 탈락은 분명 의외였다. 8일 오전 최종 엔트리 23명의 명단을 발표한 홍명보 감독은 "어제 밤까지 고민했다.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이 왼쪽 풀백, 박주호 선수였다"고 말했을 정도다.
박주호는 봉와직염 때문에 지난 달 말 조기 귀국했다. 치료를 해왔지만 상태가 100% 호전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아직도 부상 부위가 10% 정도 아물지 않았다. 재발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며 "팀을 이끌어오면서 박주호가 브라질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결국 선택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대표팀에는 이미 부상 주의보가 내려져있는 상태다. 박주영(왓포드), 기성용(선덜랜드), 박종우(광저우) 등이 부상 때문에 일찌감치 귀국해 컨디션을 조율해왔다.
박주영은 지난 달 봉와직염 때문에 조기 귀국, 치료와 재활을 해왔고 오른쪽 대퇴이두근 부상을 당한 박종우는 이달 초 귀국했다. 기성용도 소속팀과 합의를 마치고 최근 국내에 들어와 무릎 진단 및 치료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귀국해 컨디션 회복에 심혈을 기울인 박주영은 부상에서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은 향후 축구 인생을 걱정할만큼 무릎이 안 좋지만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는 시기에는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에는 독일 마인츠에서 뛰는 구자철도 팀 훈련 도중 허리를 삐끗해 경기에 결장한 바 있다.
그들은 박주호와 달리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현재 부상 상태와 월드컵 준비 기간 및 대회 기간에 맞춰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본 결과다.
이제 부상은 대표팀에게 가장 큰 적이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호의 부상 소식을 접하고 대안을 찾아야 했다. 안툰 코치를 영국으로 보내 윤석영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 정도로 체계적인 준비를 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개막 100일 전이었던 지난 3월 "좋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거나 완벽하지 못한 상태에서 월드컵에 출전해 문제가 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대표팀 차원에서 남은 기간에 선수들의 부상을 미리 막을 수 있도록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최종 엔트리 내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면 탈락한 선수를 대체로 뽑아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뽑히지 못한 선수들이 느끼는 실망감이 크겠지만 개인적으로 연락할 것"이라며 돌발 상황이 발생할 시 대안을 찾는 시스템도 마련해뒀음을 알렸다.
브라질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과제가 많다.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평가전도 예정돼 있다. 마냥 몸을 사릴 수는 없지만 컨디션 조절과 유지에도 만반의 힘을 쏟아야 한다.
한국 축구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악몽을 기억한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가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간판 스트라이커 황선홍이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다. 황선홍은 최종 엔트리에 남아 프랑스까지 따라갔지만 결국 한 경기도 뛰어보지 못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태극전사들은 이제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