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안 부르면 5.18 기념식 불참"

5.18 기념식 파행 불가피…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 동참 차원 전야제도 '취소'

5월 단체 및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 공식 식순에 포함하지 않고 제창도 거부 시 34주년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공식 결의해 올해 5.18 기념식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5월 단체 등은 또,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 동참 차원에서 5.18 전야제 등도 취소하기로 했다.

5.18 민중항쟁 34주년 기념행사 위원회(이하 행사 위)는 8일 오전 10시 행사 위 사무실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과 '세월호 참사' 관련 행사 위 대응 방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이번 5.18 기념식에 이 노래를 공식 식순에 포함하지 않고 제창도 하지 않으면 기념식장에 공식적으로 참석하지 않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해 불참을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5.18 이후 5월 단체 등이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공식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 위는 지난 4월 30일까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공식 기념식 식순에 포함되는 것과 제창에 대한 국가 보훈처의 공식 답변도 없어 국가 보훈처가 행사 위에 지원한 예산 1억 2천2백여만 원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행사 위는 특히,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민적 추모에 동참하기 위해 5.18 기념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5.18 상징적 행사인 전야제를 전면 취소하고 1천만 원 이상의 야외행사를 원칙적으로 취소나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18 전야제와 함께 민주 기사의 날, 길놀이 행사가 취소되고 5.18 부활제가 축소되며, 5.18 영창 법정 음악회 등이 무기 연기됐다.

행사 위는 다만 소규모 옥외, 지역, 마을 단위 5.18 행사는 자체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5월 단체들과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지정 및 제창에 대한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맞서 구체적 항의방법과 세부사항은 오는 13일 공동위원장과 집행위원회의 연석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행사 위는 지난해 6월 여야 국회의원 158명의 찬성으로 통과된 5.18 기념곡 촉구 결의안에도 정부가 5.18 상징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마저 거부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5.18을 부정하는 처사라며 박승춘 국가 보훈처장의 징계와 함께 이 노래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5.18 34주년 행사 위 상임위원장이자 5.18 기념재단 오재일 이사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의 역사이고 상징이며 지난 2008년까지 공식 식순에 포함해 제창해 왔다면서 올해 5.18 기념식을 비롯한 기념행사를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속히 이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최소한의 선결 조치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전남도청 진압작전에서 희생된 윤상원 씨와 노동야학 활동가로서 유명을 달리한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을 위한 노래극 '빛의 결혼식' 중 마지막 합창곡으로 작곡됐다.

이후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노래로 국민 사이에 자발적으로 전파돼 애창되고 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태국, 티베트,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도 널리 불리고 있다.

한편, 5.18 민중항쟁 34주년 기념행사 위는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광주광역시·전라남도 행정부시장·부지사, 광주광역시교육청 부교육감, 광주광역시의회 부의장, 광주·전남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대표 등 14명의 공동 위원장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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