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검찰이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 논란과 개인정보 유출의혹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검찰은 채동욱 전 총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임 모 여인의 아들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관련 증거를 공개했다. 또 채동욱 전 총장에 대한 광범위한 뒷조사를 벌인 청와대에 대해서는 '정당한 직무감찰'이라며 면죄부를 줬다.
검찰은 그렇지만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채 전 총장의 뇌물수수의혹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속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더 이상 수사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찰 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 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냐?
= 그렇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을 비롯해 채 전 총장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과 관련해서 채 전 총장을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채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서울중앙지검 신유철 1차장검사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채 전 총장은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데 조사했나?"라는 질문에 "아직까지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오늘(7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기까지는 채 전 총장에 대한 조사 없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 아무리 전직 검찰총장이라지만 조사도 않고 수사를 끝낼 수 있는 거냐?
=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동안 검찰이 보였던 태도라면 채 전 총장을 당연히 소환조사해야 한다. 고교동창을 통해 삼성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는지? 임 모 여인이 채 전 총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사건해결사로 나선 사건에 연루됐는지? 채 군이 혼외아들이 맞는지 등을 본인을 통해서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실관계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다.
채 전 총장을 소환조사 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청와대관계자들에게 했던 출장조사나 대면조사, 서면조사라도 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 모 여인이 채 전 총장과의 특별한 관계를 이용해서 타인의 형사사건 청탁명목으로 2차례에 걸쳐 1,4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임 여인이 채 전 총장에게 부탁을 했는지? 채 전 총장이 그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조사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만 검찰은 뇌물사건 관련해서 채 전 총장을 소환 할 가능성이 있느냐? 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채 전 총장에 대한 뇌물수수 고발 사건은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수사의 여지를 남긴 것이지만 그것보다는 채 전 총장에 대해 위협의 카드를 남겨둔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은 특히 혼외아들 논란과 관련해 채 전 총장이 부인하는데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검찰이 모은 정황을 종합했을 때 채 전 총장에 대한 조사가 없어도 진실(혼외아들이라는 사실) 상당하다는 결론내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실시하는 검찰이 전직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조차 하지 않는 모습은 검찰의 수사발표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 '채 전 총장 대한 망신주기'라는 수사의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됐기 때문일 것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일종의 청부수사 같은 것이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찍어낸 것이 정당하다는 걸 입증해야하는 수사인 동시에 채 전 총장을 공개적으로 망신 줘야 하는 수사였다는 것인데 그 목적이 달성됐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수사의 본질은 채 모 군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법여부를 가리는 수사여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청와대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조차 서면조사로 대신하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채 군이 혼외아들인지 여부를 밝히는 것과 채 전 총장의 친구인 삼성그룹 출신인 이 모 씨와 내연녀로 지목된 임 모 여인에 대한 수사에 집중됐다.
검찰이 공개적으로 채 전 총장의 뇌물수수의혹에 대한 수사라고 하지 않았지만 임 여인에 대한 수사와 고교동창에 대한 수사로 채 전 총장을 압박했던 것이다. ([Why 뉴스] "검찰은 왜 채동욱 전 총장을 다시 겨냥하나?")
그런데 사정이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세월호 사건이다.
검찰로서는 채 전 총장을 소환조사 하자니 전직검찰 총수를 정확하지도 않는 비리혐의로 소환해야 하는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조사도 않고 수사를 끝내자니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세월호 사건이라는 탈출구가 열린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사회 전반이 국민적인 불신을 받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검찰로서는 수사를 더 이상 계속해봐야 새롭게 나올 것도 마땅치 않은데다 청와대나 검찰, 채동욱 전 검찰총장 모두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이므로 수사를 끝내야할 타이밍으로 봤을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채 전 총장 사건을 계속 끌고 가봐야 검찰이나 청와대 채동욱 전 총장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고 새로운 사실을 찾아낼 여지도 없기 때문에 수사를 마무리 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하자면 청와대나 검찰 채 전 총장 모두 빨리 수사를 끝내자는 '컨센서스(공동인식)'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 이럴 거면서 왜 그렇게 요란하게 채 전 총장에 대한 수사에 나섰던 것이냐?
= 이 부분에 대한 이해는 발상을 바꿔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청와대의 입장,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면 이해가 된다는 얘기다.
시계바늘을 2013년으로 돌려보자. 청와대는(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총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김진태, 채동욱, 소병철 등 3명의 검찰총장 후보 중 채동욱 서울고검장을 총장으로 낙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다른 인물을 검찰총장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걸 물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비록 이명박 정부시절에 추천됐지만 채 전 총장을 검찰총장 후보로 낙점했고, 채 전 총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파도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파도남'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검찰의 이러한 행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이른바 최근 인기를 끄는 영화 제목처럼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채동욱 전 총장과의 인연을 고려해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는데 채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기도 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선거법위반혐의로 기소하는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배신'행위를 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핵심참모들이, 청와대가 이를 그냥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왕조시대에 '역린'을 건드린 신하가 살아남기는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면 쉽게 이해가 가는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청문회 과정에서 거론되다가 말았던(?)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문제를 다시 꺼내 파헤치기 시작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공직자 감찰과 관련 없는 비공식라인이 움직였다. 그게 총무비서관실 소속의 조오영 행정관과 국가정보원 소속의 송 모 조정관이 등장하는 것이다.
인사검증과정이라면 공식라인이 본인의 동의를 받아서 개인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검찰총장으로 취임해서 업무를 보는 사람을 과거의 일로 물러나게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이런 의혹을 제기하도록 하고 그걸 계기로 공식적인 감찰을 벌여서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했다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채 전 총장이 물러난 뒤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찍어냈다는 의혹이 증폭됐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보복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야당은 텐트노숙을 하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퇴진한 채 전 총장을 곱게 그냥 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청부수사'니 '청탁수사'니 하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살펴보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는 걸 믿을 수밖에 없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청와대 관련인사들 중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사람은 조오영 행정관 한 명 뿐이다. 청와대 관련인사들을 소환조사 한 번 없이 '공직감찰은 정당한 직무수행'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특감반장이나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집 앞으로 찾아가서 대면조사를 했다. 민정수석실 경정은 두 차례 서면조사만 받았다. 청와대의 주장 청와대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면서 채 전 총장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조 행정관과 송 정보관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채 군의 개인정보 파악에 나섰는지를 밝혀내지 못한 채 박근혜 정부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개인적 일탈'로 마무리했다. 수사의지가 없는 탓인지 아니면 수사능력이 없는 탓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일이다.
분명한건 검찰이 청와대에 두 번째 선물을 줬다는 건 분명하다. 첫 번째 선물은 국정원의 간첩증거 조작사건과 관련해 꼬리자르기를 한 것이고 두 번째는 채동욱 망신주기와 청와대 면죄부가 되는 것이다.
▶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뒷조사가 합법화 되는 것이냐?
= 검찰이 법적 정당성까지 부여할 권한은 없지만 청와대로서는 면죄부를 받았으니 앞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고위공직자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뒷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건 분명하다. 또 고위공직자들은 청와대의 심기를 거스르면 언제라도 뒷조사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각인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청와대가 각종 공기관을 동원해 움직인 경로를 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움직임과 비슷하다. 공식라인이 아닌 비공식라인 이른바 비선조직이 채 전 총장의 뒷조사를 벌인 것이다.
MB정부 비선조직의 공직감찰이 도를 넘으면서 민간인 사찰까지 벌였고 이로 인해 MB정부 내내 문제가 되면서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재수사에 나서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청와대가 공직감찰이라는 이유로 민간인인 임 모 여인에 대해 광범위한 뒷조사를 벌인 건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다.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 연루된 일이라면 당연히 사정기관으로 사건을 넘겨야 한다. 물론 '검찰총장의 처를 자처하는 사람의 변호사법위반 첩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이 부분은 앞으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검찰 내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에서는 처음에는 반발하다 법리논쟁이 벌어지면서 '청와대의 공직감찰'이라는 논리를 수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검찰은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으니까 100% 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드러나 정황들로 미루어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수사는 이 부분을 밝히는데 중점을 뒀으니까 일종의 확인사살 차원으로 보면 될 것이다.
검찰은 "임신초기 작성된 산전기록부 남편란, 초등학교 학적부 유학 신청서류 부 란에 각각 채동욱 검사로 기재. 양수검사동의서의 보호자 란에 수기로 채동욱이라는 성명과 서명 기재. 압수 흑백 사진 한 장 3인이 돌 무렵 옷을 상하의 맞춰 입고 사진 찍은 모습. 가정부 언동에서 임신 8개월 무렵 모친에게 애 아빠가 채동욱 검사라 말했고 주변 친지들도 그렇게 알고 있고 아들에게도 채 전총장을 아빠라 말함. 채동욱 수신 이메일에는 아들 아버지가 채 전 총장이란 취지의 내용 포함. 유학신청서류 부 란에 채동욱 검사라 기재. 직업을 물어보니 검사라 대답. 가정부 진술 임 씨 집에 일할 때 자주 찾아와 놀았는데 흑백사진 외에도 채 전 총장과 함께 찍은 사진 봤다고 진술. 가정부 작성 일기장에는 7개월간 10여 회 집에 들렀다고 기재. 누구 아빠라고 적힌 연하장을 받았음."등의 정황을 자세하게 공개했다.
검찰은 "임신단계부터 출생, 성장과정, 외국 유학 이르기까지 중요대목마다 아버지로 표기 처신해왔고 행동해와. 친자관계는 유전자검사 의하지 않고는 100% 확실한 결론 내릴 수 없다는 본질 한계 있으나 간접사실과 경험칙 의해 판단할 수 있다"면서 "예컨대 최근 법원은 혼외자 모친인 원고가 망자의 유족 상대로 친자관계확인 청구 사건에서 정황을 참고해 친생자관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검찰은 채 전 총장을 소환조사하지 않고도 채 군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이 불거진 초기와 비교해서는 상당히 주장의 강도가 약해졌다.
채 전 총장은 외부와의 접촉을 하지 않고 있어서 직접 확인 할 수는 없었지만 주변에 확인해보니 혼외아들인지 여부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채 군이 채 전 총장의 아들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데 임 모 여인이 아직도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채 전 총장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채 군이 자신의 혼외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는 이상 혼외아들은 채동욱 전 총장의 아들로 결론이 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