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던 민간잠수사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그동안 "민간 자원잠수사는 자격이 없다"며 수색작업에서 배제한 해양경찰의 이중적 태도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세월호 사고 초기에는 안전을 이유로 일반 민간 자원잠수사들의 투입을 반대하더니 이후 민간 잠수사 검증을 특정 민간 구난업체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에 일임했기 때문이다.
사고 초기 세월호 피해 가족 등은 민간 자원잠수사도 총동원해 수색작업의 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했다.
그때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측은 "레저나 스포츠 수준의 잠수 실력과는 구별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간 자원잠수사는 실력을 검증할 수 없어서 제2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투입할 수 없다는 것.
참다못한 민간 자원잠수사들이 자체 협의체를 구성하고 약 20명 규모로 소수 정예 잠수사를 뽑아 별도의 팀까지 구성했지만, 해경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지난달 22일에는 민간 자원잠수사들이 수중작업에서 배제됐다며 항의하고 상당수 자원잠수사들이 현장을 떠나기까지 했다.
당시 민간 자원잠수사들은 "여기 있는 민간잠수사를 쓰레기로 만들었다"며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나? 자기 생업을 포기하고 온 사람들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답답해했다.
그런데 그동안 해경 측이 특혜 의혹에 휩싸인 민간업체 '언딘'에 소속 잠수사 평판만을 기반으로 잠수사 검증을 일임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6일 수색작업 도중 숨진 민간잠수사 이 모(53) 씨의 잠수 관련 자격증을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CBS 노컷뉴스의 단독보도를 통해 해경 측이 일부 관계자의 추천만을 믿고 잠수사를 투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
이어 다음날인 7일 해경 측은 "이 씨는 언딘 측이 심사해서 뽑았다"며 "이 씨는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산업잠수사 자격증이 없으며 나머지 자격증 유무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물론 여럿이 팀으로 뭉쳐 일하는 잠수 작업의 특성상 이미 투입된 현장 잠수사들의 의견도 중요하다는 점은 잠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사고 수습을 총괄할 책임을 지닌 해경이 기초적인 관련 검증은 언딘 등 외부 단체에 떠맡긴 채 기존 투입된 잠수사들의 의견만 여과 없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지금껏 수색작업에서 배제됐던 민간 자원잠수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민간 자원잠수사 B씨는 "그동안 민간인은 실력이 없어서 못 들어가게 했다고 자기들 입으로 말했다"며 "그렇게 말해놓고 자신들이 데려온 사람을 죽게 했으니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고 수습을 총괄해야 하는 해경이 언딘이나 관련 협회에 모든 실무를 맡긴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B씨는 "해경이 참고한다는 잠수사들의 의견은 결국 언딘에 고용된 잠수사 등의 의견 아니냐"며 "해경이 전문가가 아니니 어떻게 전문가를 구분하겠는가. 주먹구구로 진행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제대로 된 검증과정이 없다 보니 같은 잠수사인데도 실력이나 자격 대신 언딘 등 업체의 소속 여부에 따라 수색작업 참여 여부가 갈렸다는 얘기까지 민간 자원잠수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어제까지 민간 자원잠수사여서 전문성을 입증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색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더라도 오늘 언딘 측에 고용되면 수색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B씨는 "같은 사람인데도 어느 쪽 '라인'을 타고 들어가냐에 따라 물에 들어갈 수 있냐, 못 들어가냐의 갈림길이 정해진다"며 "실력과 관계없이 해경이나 언딘을 소속되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작업을 못 했다"고 힐난했다.
민간잠수사 C씨는 "외부로 사고해역 관련 정보가 유출되는 것도 싫고, 언론이 떠드는 것도 싫었기 때문 아니냐"며 "자기들끼리 보안 지켜서 하겠다는 속셈으로만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검증이 수색작업의 발목을 잡고, 잠수사들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C씨는 "다양한 잠수사 인력을 구성하지 않고, 현장에 익숙하다는 이유로 기존 팀을 유지하면서 일부 결원만 보충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목숨을 걸고 수색작업에 매달리는 잠수사들이 피로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전문성 검증에는 소홀했던 해경이 특정 민간업체를 위해 일반 민간 잠수사를 막아선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