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락 총리 '실각'…태국 정국 어디로 가나

親탁신-反탁신 진영간 정면충돌 가능성…재총선 불투명

뿌리 깊은 권력 갈등과 계층 분열을 겪는 태국이 잉락 친나왓 총리의 실각에 따라 또 한차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특히 잉락 총리의 '낙마'를 몰고 온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친(親)정부, 친탁신 진영의 격렬한 반발로 정국 혼란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친탁신 진영은 헌재의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총리를 사법부가 자의적 법률 잣대로 낙마시킨 '사법 쿠데타'라고 간주하고 있다.

반(反)탁신 진영이 장악하고 있는 사법부, 국가반부패위원회(NACC) 등 독립적 국가기관들은 과거에도 친탁신 진영의 총리 2명에 대해 '해임' 결정을 내리고, 집권 푸어 타이당 전신이었던 정당들을 두 차례 해산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관, 고위 관료, 군부, 왕족 등 기득권 세력이 주축이 된 반탁신 진영이 이번에도 군부 쿠데타나 시위로 친탁신 정부를 몰아내지 못하자 사법부 판결로 잉락 총리를 축출하려 했다는 것이 친탁신 진영의 시각이다.

친탁신 진영은 반탁신 진영이 시위를 시작한 지난해 말 이후 두 진영의 충돌을 막으려고 시위를 자제해왔으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본격적인 시위를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태국이 재총선을 앞둔 가운데 내려진 것이어서 정국 전망을 더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태국은 반정부 시위로 인해 지난해 12월 의회를 해산하고 지난 2월 조기 총선을 실시했으나 헌재가 투표 파행을 이유로 조기 총선 무효를 결정했다.

그러나 반정부 진영과 제1야당인 민주당은 재총선 수용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아 재총선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으며, 재총선이 순조롭게 시행될지도 미지수다.

반탁신 진영은 잉락 총리가 해임되면 선거를 다시 치르는 대신 중립적 인사로 과도 총리를 임명해 자칭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친탁신 진영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광범위하게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반정부 시위대는 이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재총선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잉락 총리와 함께 타윈 플리안스리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위원장 인사조치 결정에 참여한 각료 9명이 함께 물러나게 돼 현재의 과도 정부는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과도 정부가 모두 물러남으로써 정부가 부재하거나 권력 공백이 생기는 상황은 모면하게 됐다. 의회가 해산된 상황에서 과도 정부가 모두 사퇴하면 다시 정부를 구성하는 데 대한 법률 부재로 권력 공백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됐었다.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지난 5일부터 시위를 시작했으며, 이를 오는 13일까지 계속한 뒤 오는 14일 '최후의 결전'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태국의 정정 불안이 잉태된 것은 지난 2006년 탁신 전 총리를 실각시킨 군부 쿠데타다.

쿠데타 이후 현 야당인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자 2010년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이른바 '레드셔츠'들이 방콕 중심가에서 두 달여 시위를 벌여 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90여 명이 숨지고 1천700여 명이 다쳤다.

친탁신 진영이 2011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해 정권을 잡자 반탁신 진영은 지난해 말부터 다시 대대적인 시위로 정부를 마비시켰다.

태국은 장기간 계속되는 정정 불안으로 말미암아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국가경쟁력 저하 우려가 커지는 등 경제에 대한 타격이 커지고 있다.

정정 불안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지난 6개월 동안에만 이미 4천300억 바트(약 14조 3천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예상 성장률은 애초 4% 이상에서 2.7% 이하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이 증대하자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태국 대신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친탁신과 반탁신, 도시 중산층과 농촌 저소득층으로 갈려 극심한 정치적, 계층적 갈등을 노출하고 있는 태국은 지난해말 이후 7개월째 정상적인 정부 부재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친정부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의 폭력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총선을 앞두고 잉락 총리와 많은 각료가 한꺼번에 물러남에 따라 태국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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