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의해 보도된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해선 먼지털이식으로 샅샅이 뒤져 사실임을 확인하면서,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12) 관련 개인정보유출 에 대해선 꼬리자르기식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채군가 채 전 총장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로 채군의 어머니인 임씨의 산부인과 진료기록, 가족사진 등 간접 증거과 정황을 내세웠다.
지난 2001년 임씨 임신초기 '산전기록부', 2002년 양수검사동의서, 2009년 채군의 학적부, 2013년 채군의 유학신청서류 등에 채 전 총장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또 임씨가 작성한 이메일에도 채군의 아버지가 채 전 총장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둘 간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해줄 유전자 검사는 하지 못했다.
병원기록 등 각종 민감한 개인 정보가 담긴 자료 등을 압수하면서까지 검찰이 혼외자 의혹을 밝히는데 치중한 표면적인 이유는 각종 의혹 사건을 결론짓기 위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혼외자 실재 여부가 법죄혐의와 직결되는 명예훼손 사건과 공갈 및 변호사법위반 사건에서도 핵심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시민단체가 채 전 총장 뿐 아니라 검찰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임씨를 고발한 사건에 대해 채 전 총장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지만, 검찰 조직은 채 전 총장과는 다른 입장이어서 수사가 계속됐다.
또 임씨가 가정부였던 이모(62)에게 "1천만원만 받고 끝내라. 채 총장과 아들의 관계를 발설하지 말라"고 협박해 빚 3천만원을 면제받은 사건(공갈 혐의)에서도 혼외자 여부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혼외자여부는 수사상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임씨의 공갈 사건과 관련해 "공갈 혐의는 협박을 해서 경제적 이득을 봤느냐 여부가 중요하다"며 "채군이 채 전 총장의 아들이냐 아니냐는 이 사건의 구성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검찰은 임씨가 채 전 총장의 이름을 팔며 사건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아 챙긴 의혹 사건(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채 전 총장과 무관한 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검찰이 혼외자 여부를 밝히는데 힘을 쏟은 이유는 청와대의 뒷조사 의혹에 대해 '방패막이용'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많다.
뒷조사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주려는 계산이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숱한 의혹에도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과 조오영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국정원 직원 송모씨를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다. 이들의 윗선을 밝히는데도 실패했다.
특히 채군의 개인정보를 유출 사건과 관련해 민정수석실 소속 김모 경정 뿐아니라 고용복지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 소속 행정관들이 뒷조사에 나선 것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감찰업무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의 요청을 받았기 때문에 고유업무가 아닌 다른 비서관실의 정보수집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고위공무원 감찰 업무를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으로 제한한 정부조직법, 대통령비서실 직제 등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고위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인 임씨가 특별감찰 대상이냐는 놓고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변호사는 "청와대가 고위 공직자 비리를 알아본다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마구잡이로 조사할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예정에 없던 채 전 총장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혼외자가 맞다'고 확인한 것을 놓고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법조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데 지금 시점에서 채 전 총장 사건을 발표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권 차원에서 국면 전환이 필요했던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애초 이날 강덕수 STX 전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채 전 총장 사건 때문에 하루 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