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광주 KIA전을 말하는 것이다. 당시 넥센은 9회초까지 7-2로 앞서다 9회말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 끝에 7-8로 졌다. 5일 16-8 대승으로 설욕했지만 마음고생이 적잖았다. 여기에 휴일 교통 정체로 5일 경기 뒤 상경하는 데 평소 두 배인 7시간이나 걸려 새벽 1시에 도착한 피곤함도 있었다.
염 감독에게 1위 팀 사령탑의 여유는 크게 엿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넥센은 올해도 지난달 18일 이후 줄곧 선두를 달리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염 감독은 노심초사, 끊임없이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염 감독은 "1위를 달리지만 가슴에는 폭탄을 안고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규 레이스에 적잖은 불안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불안한 선발-타선 슬럼프 '시한 폭탄'
무엇보다 견고하지 못한 선발진이다. 투수 놀음이라는 야구에서 특히 선발 투수의 힘은 절대적이다. 통합 3연패를 이룬 삼성의 힘은 6선발 체제까지 가능한 풍부한 선발진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올해 넥센 선발진은 상당히 부진하다. 선발진의 평균자책점(ERA)가 4.86으로 불펜진(4.32)보다 0.5점 가량 높다. 밴 헤켄이 3승2패 ERA 2.74로 버텨주고 있으나 나이트가 2패 ERA 5.52, 문성현이 2승1패 ERA 5.60에 머물러 있다. 오재영(ERA 8.79), 하영민(5.54), 강윤구(4.87) 등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등 어수선하다.
그러나 선발이 무너지면 말짱 도루묵이다. 불펜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까닭이다. 29경기 중 넥센 선발이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를 한 것은 9번이 불과하다. 여기에 방망이는 믿을 게 못 된다는 야구 속설처럼 타선까지 침묵하면 답이 없다.
1, 2위 싸움이었던 6일 NC전이 그랬다. 선발 나이트가 4⅓이닝 11피안타(1홈런) 6실점으로 조기 강판했다. 타선도 7회까지 1점에 머물렀다. 강점인 불펜 필승조를 쓸 수 없었다. 염 감독이 "폭탄을 안고 산다"고 한 이유다.
▲철저한 안배-히든 카드로 극복
하지만 폭탄의 피해를 최소화할 준비는 하고 있다. 일단 주전 의존도가 높은 만큼 부상 방지와 체력 안배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염 감독은 "요즘은 경기 후반 큰 점수 차가 뒤집어지는 경기가 자주 나온다"면서 "그만큼 불펜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다른 팀보다 불펜이 중요한 만큼 투구수 조절 등은 지켜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고 지는 경기에 대해 확실하게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넥센 외야진의 포화 상태로 2군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염 감독은 "시즌 후반 지치는 선수가 나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또 김병현을 KIA로 보내고 받은 좌완 김영광도 키우고 있는 중이다. 당장 올 시즌이 아니라 내년, 후년을 바라보고 있다. 염 감독은 "지난해 조상우를 1군과 함께 지내게 하며 키운 것처럼 김영광도 특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넥센은 시즌 막판까지 2위 싸움을 하면서 포스트시즌에 나섰다. 그러나 아쉽게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밀리며 짧게 가을야구를 끝냈다. 지난해 아쉬움을 알고 있는 넥센과 염 감독이기에 더욱 불안 요소를 직시하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올 시즌을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