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홈런 1위로 본 '박병호의 힘'

'이제 몸 풀렸어요' 5일 광주 KIA전 멀티홈런으로 28경기 만에 10홈런 고지에 오른 넥센 거포 박병호.(자료사진=넥센 히어로즈)
넥센 거포 박병호(28)의 기세가 무섭다. 5월 거푸 아치를 그려내며 홈런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박병호는 5일 어린이날 KIA 원정에서 장타를 잇따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담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시즌 9, 10호 홈런으로 가장 먼저 두 자릿수를 찍었다. LG 조쉬 벨, 두산 호르헤 칸투(이상 8개)와 2개 차다.

출발은 늦었다. 개막 8경기 만인 지난달 6일 NC전에서야 첫 손맛을 봤다. 그 사이 시즌 초반 NC 테임즈, KIA 브렛 필(이상 6홈런), 루크 스캇(SK, 4홈런) 등 외국인 거포들이 홈런 레이스를 주도했다.

유한준(24타점), 강정호(20타점), 김민성(18타점) 등 팀 동료들이 맹타를 휘둘렀다. 2년 연속 홈런-타점왕이자 정규리그 MVP 박병호가 긴장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박병호는 역시 박병호였다. 출발은 늦었지만 꾸준히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첫 아치 포함, 17경기에서 홈런 6개를 때렸다. 5월 들어 정점을 찍었다. 4경기에서 무려 4개의 홈런을 뿜어냈다. 토종 홈런왕의 위용을 완전히 되찾았다.

▲올해 45홈런까지 가능…亞 홈런왕과 비슷한 페이스

1일 잠실 두산과 경기에서 결승 2점 홈런을 날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박병호.(자료사진=넥센 히어로즈)
올해 28경기 만의 10홈런 고지다. 2.8경기에 1개 꼴로 단순하게 계산하면 올 시즌 45개 이상이 나올 수 있는 수치다.

야구 강국 미국, 일본 거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5일(한국 시각)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 호세 아브레유(시카고 화이트삭스)는 32경기에서 12홈런을 때려냈다. 2.67경기당 1개 꼴이다. 4월 신인 최다 홈런(10개)을 날린 상승세 덕분으로 한, 미, 일 거포 중 가장 빠른 페이스다.

내셔널리그 1위를 달리는 괴력의 대명사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은 박병호와 같은 10홈런이다. 5일 LA 다저스와 경기에서 멀티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31경기 만으로 페이스는 박병호가 근소하게 앞선다.

일본은 양대 리그에서 메이저리그 출신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 앤드루 존스(라쿠텐)가 11개로 1위다. 발렌틴은 30경기, 존스는 33경기 만으로 역시 페이스가 박병호에 조금 앞서거나 떨어진다.

특히 발렌틴은 지난해 60홈런을 때려내며 이승엽(삼성)의 아시아 한 시즌 최다 기록(56개)을 경신한 거포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현재까지는 박병호가 발렌틴과 비슷한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 2012년 31개로 첫 홈런왕에 오른 뒤 지난해 더욱 기량이 발전했다. 37개의 아치를 그려냈고, 타율도 2할9푼에서 3할1푼리로 올랐다. 장타율(5할6푼1리→6할2리)과 출루율(3할9푼3리→4할3푼7리)도 상승했다.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런 기세라면 2003년 이승엽 이후 홈런왕 3연패는 물론 2010년 이대호(소프트뱅크)가 롯데 시절 세운 44홈런 이후 4년 만의 40홈런도 바라볼 수 있다. 과연 박병호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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