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의 마지막 동창회…"이별여행이 된 환갑여행"


"매일같이 여기서 같이 막걸리 한잔 먹고 하던 친구들인데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상상도 못했죠.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50년 지기 친구를 한순간에 잃은 이중재(60) 씨. 이 씨는 아직도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씨는 용유초등학교 28회 동창생 17명과 지난달 15일 세월호에 올라탔다. 올해 환갑을 맞은 동창들과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주도로 단체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다음 날 오전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객실에서 동창들과 담소를 나누던 이들은 생사가 엇갈렸다.


세월호 침몰 직전 탈출한 5명만 살아남았을 뿐, 실종된 12명은 모두 주검으로 발견됐다. 추억을 만들기 위해 떠난 환갑 여행이 이별 여행이 돼버린 것이다.

용유초교 동창생들의 우정은 남달랐다. 당시 학년 전체가 110명 정도였는데, 동창회 모임을 하면 늘 40명가량은 기본으로 모였다. 그러다 동창회가 구성됐고, 올해 16년째를 맞았다.

이들은 매년 봄이 오면 봄꽃놀이, 가을엔 단풍놀이를 함께했다. 이번 환갑 여행도 일종의 봄꽃놀이였다.

이렇듯 공유한 추억이 많다보니 주검이 된 동창생들의 소식을 확인할 때마다 이 씨의 가슴이 더욱 미어터진다.

하늘로 떠난 동창들 모두가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성실하게 살았던 이들이기에 세상이 더욱 야속하기만 하다.

이 씨는 "회장은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없는 사람 도와줄 줄도 알고 여러 가지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친구인데 안타깝다"며 친구의 죽음을 애도했다.

또 그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 법 없이도 살 것 같았던 친구와 어렵게 살림을 꾸리다가 이제 좀 살만하니까 세상을 떠난 친구인데"라며 하늘로 간 동창들을 그리워했다.

또 이 씨는 잠을 자려고 하면 탈출 직전 변을 당한 동창이 생각나 뒤척이다 날을 지새우곤 한다.

"4층 난간에 있던 친구는 바다로 뛰어내리기만 하면 살았을 텐데 배 난간에 부딪혀서 허리를 다쳐 꼼짝 못 하고 탈출하지 못했다"며 "잠을 청하려고 하면 그 때 상황이 계속 머리에 스치고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는 말로 당시 충격으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음도 내비쳤다.

아침 바다를 보는 것을 좋아했던 이 씨.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바다 쪽을 바라보는 것조차 두렵기만 하다.

이 씨는 "예전에는 아침 바다를 보기만 해도 좋았는데 이제는 바다 쪽으로 고개가 안 돌려져요"라며 "집 앞에 무의도 쪽으로 다니는 배가 보이는 데 그걸 볼 때마다 자꾸 그 배가 생각나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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