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비극으로 슬픔에 빠진 이곳 진도는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의 고향입니다. 섬 어디를 가도 백구와 황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진돗개는 '충성심'의 대명사입니다. 진돗개는 첫 주인을 잊지 않고 다른 주인을 섬기지 않는다고 하죠. 실제로 지난 1993년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만에 약 300km 떨어진 이곳 진도로 산 넘고 물 건너 돌아온 '백구'의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이런 진돗개의 충성스런 유전적 특질을 지키기 위한 법률도 지난 2011년 만들었습니다. 바로 '한국진도개 보호ㆍ육성법'입니다.
이 '진돗개법'은 혈통 보존과 보호·육성을 위해 진도를 진돗개보호지구로 정했습니다. 따라서 등록된 진돗개 이외의 개는 진도 안에 들어올 수 없고, 허가 받지 않은 진돗개는 나갈 수 없습니다.
결국 진돗개의 충성심이라는 훌륭한 특성을 흐리는 '잡(雜)DNA'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시도는 성공적입니다.
◈ 진돗개처럼 국민에게 충성하라는 해경이…
자, 이제 다시 세월호 침몰 사고로 돌아가봅니다. 이 비극적인 사고의 구조·수색 작업은 해양경찰이 총괄하고 있습니다. 해경은 미증유의 사고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사고를 처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해경은 이번 사고에서 어땠나요. 모든 가용 자원을 투입해 구조·수색 작업을 벌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수없는 문제점과 의혹만 산 채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속을 새까맣게 태웠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해경이 받고 있는 의혹은 열 손가락을 훌쩍 넘습니다.
△진도VTS로 대표되는 '불량' 관제 △늑장 출동 △민간업체 언딘 우선 투입으로 다른 잠수사 통제 의혹 △부실한 사고 선장 조사 △ 구조 동영상 뒤늦은 공개 △인명 구조 명령 미발동 △'세월호' 문서 삭제 지시 의혹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돕니다.
◈ 사익 쫓는 '잡DNA' 섞인 해경
하지만 이곳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하나둘 드러나는 해경의 민낯은 국민을 위한 조직이 아닌 사익을 찾는 조직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해경은 과연 국민의 봉사자였을까요.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 행동을 한 적이 있었나요. 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국민의 주인이며 책임 따위는 없다는 듯한 행동만 기억이 나네요. 애초에 해경에 국민에 대한 충성심이란 없었던 것 같은 일들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체 해경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국민한테 왜 이럴까요. 다양한 요인이 있겠죠. 하지만 가장 주요한 요인은 바로 잡DNA가 섞였기 때문일 겁니다. 국민에 충성하는 DNA는 도태되고, 다양한 잡DNA가 섞인 겁니다.
해경의 '넘버2'인 최상환 차장은 논란의 업체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 김윤상 대표와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총재 직함을 나눠 가지고 있습니다. 이 협회에는 해경 출신 6명도 퇴임 뒤 재취업을 했답니다.
세월호 사고 초기 수사를 지휘한 해경 이용욱 정보수사국장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소유자인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의 장학생이라는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지만 최소한 언딘, 한국해양구조협회, 청해진해운이라는 '잡DNA'가 해경 내부에 섞인 건 사실입니다. 국민이 아닌 소수의 사익을 위한 DNA가 자리 잡은 겁니다. 그것도 고위직에서요.
◈ 진돗개의 충성심만도 못한 해경
물론 진돗개법처럼 해경에게도 이런 잡DNA를 배척할 법률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를 걸러낼 정도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죠.
정부의 일이 늘 그렇듯 문제가 발생한 뒤에는 신속하네요. 감사원은 해경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답니다. 정치권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고요.
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이팔청춘들은 이미 꽃 한 번 못 피우고 바닷속에서 스러졌잖아요.
진돗개의 충성심만도 못한 해경. 이곳 진도에 '잡견'을 막는 것처럼, 해경 안에 자리 잡은 잡DNA를 막을 방법은 진정 없는 것일까요. 아니, 대한민국 공무원들에게 오직 국민에게만 충성하는 '진돗개DNA'를 심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