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주장 홍성흔(37)은 지난 4일 그야말로 정신 없는 하루를 보냈다. 베테랑답지 않은 본헤드 플레이 때문이었다.
상황은 이렇다. 9회 1사 후 대타로 들어선 홍성흔은 LG 정현욱에게 볼넷을 얻었다. 하지만 홍성흔은 1루가 아닌 더그아웃으로 향하다가 다시 1루로 나갔다. 이어 양의지의 타석 때는 아웃카운트를 착각하고 무작정 뛰었다. 결국 공은 1루로 향했고, 아웃카운트 하나가 올라감과 동시에 경기는 종료됐다.
덕분에 팬들로부터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아역 배우로 활약 중인 딸 화리양의 기사에 "'너는 잘 하는 데 아빠는 못 한다'라는 댓글이 달렸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결국 경기 후 드라마 촬영장에서 기사를 본 딸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뭐 잘못했냐"는 내용의 전화였다. 홍성흔은 "아빠가 아웃카운트를 착각했다"고 말했고, 딸은 "아빠가 잘못했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홍성흔은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홍성흔은 "일단 10점 차로 지고 있어서 대타로 나갈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1루로 가는 상황은 더그아웃을 보니 반응이 차가웠다. 또 심판이 사인을 제대로 안 줬다"면서 "1루로 나가다가 전광판을 보니 꽉 차 있었다. 그래서 착각했다. 2루로 뛰다가 '아 착각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미안했다. 홍성흔은 "만약 다른 선수들이 그랬다면 내가 크게 화를 냈을 것"이라면서 "주장이 실수를 했다. 벌금을 세게 물었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첫 두 타석에서 3루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났다. 전날 악몽이 계속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6회초 중전 안타와 9회초 우전 적시타를 때리면서 4타수 2안타를 쳤다. 9회 나온 적시타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소중한 안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