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부모인 척 교육청에 물어보면 답 나올거에요"

유족에게 모든 걸 떠넘기는 경기교육청

(윤창원 기자)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이전 과정에서 교육당국이 희생된 학생의 휴대전화로 분향소 이전을 공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등 사고 수습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의 '무능'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교육청이 학교와 학생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지만 경기도교육청과 학부모 사이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가 열린 지난달 29일.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2학년 김모양의 영정을 품에 안고 분향소에 도착한 어머니 A 씨는 "학교와 교육청이 분향소 이전을 죽은 아이 휴대전화로 공지해 분향소에 영정을 제 때 가지고 오지 못할 뻔 했다"며 "이런 법이 있냐"고 절규했다.

이에 대해 경기교육청은 "정부 분향소 이전과 관련해 유가족에게 연락하는 것은 유가족 협의회에서 맡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며 "경기교육청은 영정 이전과 유가족 이동에 대한 사항만 맡았을 뿐 유족에게 연락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 1일 교육청은 학교 측이 학생과 학부모 연락처가 혼재된 연락망을 유족 대표에게 전달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잘못을 시인했다.


◈ "교육청 컨트롤 타워 역할 전무…유족끼리도 불신" 유족들 '부글부글'

교육청의 이같은 고백(?)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육청이 학생과 학부모가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해야 하지만 유족 대표단에 일정 공지 등을 떠넘기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기준 정부 합동분향소에 안치된 학생은 모두 175명. 유가족 대표 등이 200명 가까운 유가족에게 정부합동장례지원단과의 협의 사항을 문자와 전화로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식 잃은 부모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분향소 이전 안내도 제대로 받지 못한 유가족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한 유가족은 "체계적으로 일을 처리해 줘야 유가족도 학교측도 편할 텐데 왜 교육청이 해야 할 부분을 유가족에게 자꾸 맡기면 어떡하냐"며 "교육청이 지금 상황을 전혀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처음 시신을 찾은 부모들에 비해 중간에 올라오는 아이들은 장례식 안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병원이랑 장례식장에 관계자들이 나가 있다는데 막상 가보면 지시사항이 뭔지도 모르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유족은 "지금 아이를 찾아 올라오는 부모들한테는 전혀 공지를 안 해주고 교육청이 얼렁뚱땅 넘어간다"며 그는 "부모인 것처럼 해서 교육청에 전화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가족들은 당사자들끼리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유가족은 "교육청에서는 유가족이 원해서 결정했다고 하는데 그 과정도 의심스럽다"며 "유족끼리도 '이 사람이 진짜 부모 맞나, 몇 반 부모지?' 이럴 정도로 불신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희생자 유가족 대표단과 정부합동 장례지원단이 논의해 협의된 사항을 유가족 대표가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교육청이 유족들에게 일대일로 연락을 하는 것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임시 분향소 때와 달리 현재는 정부가 주도하고 안산시가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고 경기도와 교육청은 지원 역할일 뿐"이라며 "정부합동 장례지원단이 꾸려진 상황에서 교육청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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