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이틀째인 지난 달 17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던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이날 오전 11시55분쯤에는 청와대 경호원들과 경찰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일반인과 기자들의 접근을 막으며 현장을 통제했다.
주차관리원 조끼를 입은 경호 지휘부와 사복차림의 경찰 60여 명은 상황실 주변에 인간 벽을 쌓고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사고발생 이후 상황실 맞은편 음식점 옥상에서 촬영을 하던 TV방송국 카메라 기자들도 모두 철수시켰다.
오후 12시 5분쯤 박근혜 대통령은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가족 사고대책본부 상황실로 들어섰다.
이후 상황실 안에서 박 대통령과 가족들이 나누는 대화가 밖으로 간간히 들려왔다.
박 대통령이 조용한 목소리로 가족들을 위로했지만 상황실 텐트 안에서는 "저희 새끼들이 다 죽었잖아요" "정부 책임자들 다 어떡할거에요?"라는 고성도 들렸다.
"뻔한 얘기하지 말고 애들 다 꺼내야지요, 언제까지 꺼내줄 겁니까?" "애들 형체가 다 없어졌어요, 그런 상황 한번이라도 생각해봤어요" "부모 입장에서 아이 얼굴 못알아보는 그 기분 아냐고요" 등의 목소리에는 화가 잔뜩 묻어있었다.
"아이들이 다 죽었다, 죄인이라는 뻔한 이야기를 하지 말고 저 안에 있는 애들을 다 꺼내야 한다, 이제 형체도 몰라보지 않겠느냐"며 박 대통령에 눈물로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실종자 가족 한 명이 이주영 장관 등 책임자 엄벌을 요청하자 다른 가족들은 소리 지르면서 "지금 애들 꺼내는 게 먼저이니 나중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다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실종자 분들의 생환을 기원했지만 아직도 실종되고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많다"며 "여러분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리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가족들과 약 35분간 대화를 나눈 뒤, 텐트에서 걸어나와 인근 시신확인소도 5분가량 둘러봤다.
면담 이후 가족 상황실 안에서는 일부 어머니들이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박 대통령을 만난 가족들은 상황실 텐트 밖으로 나와 해군 소장의 손을 꼭 잡으며 "제발 아이들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한 학부모는 "높은 사람은 필요없고 이 분이 우리 애들 꺼내는 최고 지휘관"이라며 "다들 손을 한번씩 잡아주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는 "잠수부들을 제발 잘 먹여주세요, 우리가 먹을 거 다 갖다줄게요"라며 구조현장을 걱정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상황실 텐트 안에서 가족들과 대화를 하던 도중, 밖에서는 일부 학부모들이 경찰 통제선에 항의하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