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권자만 바라보면서 조직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사람들. 매 정권마다 관료개혁 필요성을 대두하게 만들었던, 관료사회 전체에 대한 '오래된' 평가다. 하지만 현장의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성, 행정조직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우선순위 등을 고려하면 관료조직 자체에 화살을 돌리며 "전부 다 갈아 엎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그들을 임명권자만 바라보게 하고 기득권에 연연하게 만드는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청와대 혁신관리수석을 맡아 정부개혁을 주도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이용섭 의원은 "정권을 의식하게끔 만드는 인사가 관료조직 전체를 싸잡아 평가절하 하게끔 만든다"고 지적하면서, 관료의 본성 자체를 인정하고 이를 활용하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이 의원은 전문성이나 조직장악능력보다는 정권에 대한 충성심에 근거한 '지시이행형 인사'를 요직에 임명하면서, 기댈 곳은 임명권자 즉 대통령밖에 없는 장관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이들은 눈 밖에 날 실수 피하기에만 급급할 뿐, 이니셔티브를 쥐고 부처를 주도적으로 운영할 생각을 못한다는 것이다.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장관이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장관들이 정권 초반부터 학습한 셈"이라면서 “박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웠던 장관도 물러나는데, 어떨 결에 임명된 장관들은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진 정 장관의 사례와는 반대로, 잘못된 행동이라도 임명권자를 위한 것이었다면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학습이 동시에 이뤄졌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남재준 국정원장이다. 남 원장은 간첩조작 의혹사건 등 조직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스스로 문제를 개선하라는 '셀프 개혁' 지시만 받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직의 장들이 자기 상관의 눈치만 제대로 보는 한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윗사람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확신을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두 사례는 양상과 결과는 달랐지만 장관들을 학습시킨 내용 자체는 같았다. 임명권자만 바라보면서 조직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조직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관료조직에 대한 오래된 평가와 놀랍도록 같은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