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해명과 달리 해경이 세월호가 소속된 청해진해운이 언딘과 세월호 사건 수습 관련 독점계약을 맺도록 주도한 사실이 밝혀진데 이어 둘 간의 계약에는 선체 인양뿐 아니라 실종자 구조활동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시가 급한 대규모 재난사태에서 특정 업체에게 구조를 전적으로 맡긴 것은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경은 이처럼 논란이 불거지자, ‘언딘이 '군·해경보다 능력이 뛰어나다'며 추켜세우면서도 언딘이 마치 해경과 계약을 맺은 것처럼 브리핑했다.
한동안 언론들이 이런 브리핑 내용대로 계약관계를 이해했지만, CBS노컷뉴스에 의해 계약 주체가 해경이 아닌 사고를 낸 청해진해운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언딘 측은 "애초 청해진해운과는 인양에 대한 계약만 맺었고 해경의 요청으로 구조에 동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계약서에는 "세월호에 대한 구난/구호 용역 및 기타 기술지원 일체를 독점적으로 수행할 것에 합의한다"고 돼 있는데 여기서 구호는 실종자 구조의 뜻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난구호법 2조는 수난구호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해수면 또는 내수면에서 조난된 사람 및 선박, 항공기, 수상레저기구 등의 수색·구조·구난과 구조된 사람·선박 등 및 물건의 보호·관리·사후처리에 관한 업무를 말한다"
해경이 청해진해운에게 언딘과 맺으라고 한 계약서는 실종자 구조에서부터 선체 인양(구난)까지 모두 언딘이 맡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의문은 이 계약서 한장으로 상당부분 해소됐지만, 해경에 대한 들끊는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수백명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특정업체와 독점 계약을 맺게 하고, 다른 민간잠수부나 해군의 실종자 수색활동을 제한하면서 총체적인 난맥상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 수백명 목숨앞에 돈문제에 치중한 꼴
해경이 이렇듯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지 않은 이유는 결국 '돈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청해진해운이 계약한 구난업체를 통해 수난구호를 진행할 경우 그 비용은 청해진해운이 부담해야하지만 청해진해운과 계약하지 않은 업체가 수난구호를 진행했을때 그 비용은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해경이 수백명의 생사가 걸린 사고 수습 과정에서 돈 문제 때문에 언딘을 제외한 다른 구난업체가 수난구호에 참여하는 것을 미적거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선박보험에 정통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다른 업체가 (수난구호에) 들어갔을때 청해진해운이 돈을 대야할 의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에서 행정조치로 시행하고 구상행위로 청해진해운에 청구할 수 있을것 같은데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해경이 언딘이 아닌 다른 민간업체들의 수난구호를 막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관계자는 특히 "수난구호를 꼭 선박회사와 계약한 업체만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해경이 어떤 이유로 다른 민간잠수부들의 수난구호를 막았는지 모르겠다"고 해경의 대처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경이 직접 수난구호를 하지 않고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난구호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사고에 정통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인명구조는 최대한 많은 자원을 투입해서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특정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어 진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긴급성이 요구되는 인명구조를 해군이나 해경이 아닌 민간업체에게 맡기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자원을 동원해서 수색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면서 "희망을 잃지 마시고 구조 소식을 함께 기다려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지만 공염불에 그쳤을 개연성이 크다.
언딘의 김윤상 대표와 해경 전현직 간부들이 자리를 꽤차고 있는 한국해양구조협회를 매개로 해경쪽에서 무리하게 언딘을 밀어주려했다는 의혹도 일찌감치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구조·구난 전문가는 "언딘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해경과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얘기가 많이 돌고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형 사고를 어떻게 한개 업체가 독점할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황대영 한국수중환경협회 회장 "이런 큰 사고가 났으면 자진해서 나선 민간 잠수요원들도 신속하게 투입했어야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