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정신적 IMF사태'…우리는 어디로?

외환위기, 금융위기때마다 '부자열풍'으로 사회적 병폐키워

1997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국가 부도위기를 맞았다. 이른바 IMF사태다.


IMF외환위기의 쓰나미는 거셌다. 은행들이 도산했고 정리해고는 거셌으며 거리는 실업자들로 넘쳐났다.

IMF사태가 터지기 불과 1년 전(1996년), 정부와 언론은 대한민국의 국가위상이 높아졌고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고 떠들어댔다. 불행하게도 OECD가입으로 자본시장 개방을 서둘러 추진한 것이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됐다.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선수쪽 선저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모두 침몰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야간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성호기자
그로부터 15년이 채 안돼 우리는 300여명의 희생자가 수몰되는 세월호 참사를 겪고 있다.

눈앞에서 배가 가라앉는 것을 보고도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더욱 참혹하고 원통하다.

지인(知人)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을 '정신적 IMF사태'라고 규정했다. 이번 사건의 충격이 워낙 크기때문이리라. 비록 부모가 아니더라도 많은 국민들 가슴속에는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이 지층처럼 켜켜이 쌓이고 있다.

기울어진 배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동영상'을 볼때마다 눈물이 흘러나온다. 해경의 무능함에는 탄식이 절로 쏟아진다. 살아있는 자들을 왜 그렇게 헛되이 보냈을까?

아무리 우리가 '냄비근성'을 가졌다지만 이번 충격은 절대로 쉽게 잊혀질 사안이 아니다. 한(恨)을 가슴에 박을 사건이다. 왜 우리는 15년새 두번의 IMF사태를 겪어야 하는 걸까?

류희인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은 "거의 모든 사고는 돈 때문"이라며 "세월호과 10~20분 아끼려고 화물 결박을 대충한 것이나 항공기처럼 전자발권을 하지 않는 것도 다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IMF외환위기 사건이 터진 후 우리 사회에 '돈의 광풍'이 불었다. 어느 카드사의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는 우리 사회 '부자되기 열풍'의 '종결자'였다.‘1년에 1억 모으기’, ‘10억 모으기’, ‘부자 아빠 되기’ 등 재테크 열풍은 한국 사회를 달궜다.

구조조정과 조기 퇴직에서 촉발된 '부자기되기 열풍'은 아파트 등 주택가격과 주식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하지만 모든 경제.사회현상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폭등만 일방적으로 진행될 수 없는 일이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폭등은 2008년 미국의 리만브라더스 침몰과 함께 금융위기를 몰고와 저물었다. 사회는 다시 얼어붙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17일째인 2일 오전 전남 진도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안개 낀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성호기자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사람들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기업들은 몸집을 더 키웠지만 개인은 오히려 가난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사실이다.

부자를 염원하며 10년을 보냈지만 개인의 삶은 점점 쪼그라들었다. 사람들은 신분이동이 불가능하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사라졌다며 개탄했다. 이때라도 우리 사회는 돈에 과잉 경도된 잘못을 일부라도 시정해야 했다.

그러나 개천에서 용나지 않는다고 한탄하더니 이번엔 누군가 '은퇴 불안현상'에 불쏘시개를 쑤셔 넣었다. '30-40대 은퇴잠재자 중 절반이 넘는 59%가 은퇴준비가 안 돼있다'고 불안을 가중시킨 것이다.

심지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안정적인 공무원들 조차 은퇴 이후를 걱정했다. 그래서 그들은 은퇴 준비를 위해 '관피아'를 더 열심히 형성했을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생존을 개인의 이기적 책임으로 돌려버린 한국사회의 극단적 현상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개인의 사회적 해체 현상은 가속화됐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여객선 중의 하나라고 하는' 세월호' 선장이 월 27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직원이었다.

500명에 이르는 승객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맡겼지만 그는 배가 기울자 제일 먼저 탈출했다. 손자뻘인 아이들과 승객 300여명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었다.

여기에 이윤 극대화를 위해 무리한 선체 개조까지 가해졌으니 언젠가 사달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이명박 정부)는 규제완화 미명 하에 국민 개인의 안전은 무시하고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선령 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풀어줬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이런 병폐가 축적돼 발생한 사건이다. 물론, 1997년 IMF사태 처럼 '물질적 충격'을 가져 온 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정신적 충격은 외환위기급공황을 몰고 왔다.

'정신적 IMF' 사건인 세월호 침몰 후 과연 우리 사회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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