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정홍원 총리 "시신 보고 가라" 요구에 "일정이…"

가족들의 '역린' 건드려 차분했던 진도체육관 '성토장'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16일째인 30일 오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수색 상황, 대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일부 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체육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1일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지만 "시신을 보고 가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에 "일정이 있어서…"라고 답해 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사의를 표명한 뒤 처음으로 전날 진도를 방문한 정 총리는 이날 가족들과의 회의를 위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다.

체육관 내 가족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던 정 총리는 가족의 요구로 단상에 올라 발언을 이어갔다.

정 총리는 전날 진도군청 대책본부에서 연 자문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중간에 한 실종자 가족이 "현장에 다녀왔나"라고 질문하자 정 총리는 "다녀오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가족은 "오늘 중으로 수습된 아이들의 시신이 어떤 모습인지 꼭 확인한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 총리가 "일정 때문에 오늘 오후에 올라가야 해서…"라고 답하자 이 가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가족이 "아이들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했다"며 항의하자, 정 총리는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 그련데 일정이 있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분노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그제야 승낙했다.

이런 정 총리의 태도는 가족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날 오전까지 차분한 표정이었던 진도실내체육관은 순식간에 울부짖음이 가득찬 성토장이 됐다.

가족들과 회의를 한다며 자리를 나선 뒤 단상에 홀로 남겨진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유족들의 항의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이 장관은 가족들의 요구로 최근 발견된 시신의 상태를 사진으로 확인한 뒤 돌아와 "처음 발견된 시신보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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