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 독자가 읽은 소설형식의 자기계발서 <장미와 찔레> 저자 김성민. 그가 세바시청년 6탄 ‘Meet the New Ways’ 무대에 올랐다. 리허설을 끝내고 그에게 받은 명함에는 '작가' 그리고 '대표'라는 직함이 적혀있었다. 작가이자 아이웰콘텐츠 출판사 대표. 이 두 단어의 궁합은 마치 돼지고기와 바지락. 돈까스와 미역처럼 뭔가 모르게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다. 문학과 비즈니스 영업의 만남이라... 선입견 때문인지 이 둘은 공존할 수 없는 이질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상상을 해 본다. 명함에 적힌 ‘작가’와 ‘대표’라는 두 단어가 지갑 안에 있을 때는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그 주인에 의해 밖으로 꺼내져 누군가에게 전달될 때는 새침하게 입을 닫고 서로 자기가 형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명함의 주인은 가볍게 말했다. 재미있다고.
“재미있어요. 저는 본업이 사업이기 때문에 이걸 잘해야 하죠. 잘 해내려고 하고 있는 중이고요. 다행히 제게는 작가와 대표라는 직업이 그렇게 상충되진 않아요. 제가 지리산에 들어가서 벽을 보면서 글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냥 카페 같은 데서 쓰거든요. 순수성을 추구해서 써야하는 글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세상의 격을 높이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상업적인 출판사다보니까 비즈니스 감각과 시장에 대한 존중.. 그런 부분이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하고, 그것을 채워주는 글을 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본 강연이 시작되기 전, 김성민 대표는 차분하게 리허설을 끝냈다. 그의 조곤조곤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그에게 물었다. "긴장되시죠? 좀 경직되신 것 같은데요" 그러자 김성민 대표는 소년처럼 웃으며 말했다. "원래 말투가 이래요“
인터뷰를 위해 다시 그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김 대표는 세바시 무대 위에서 보여줬던 '원래 그런' 모습 그대로 인사를 건넸다. 아직 30대 초반이었지만 그는 여러 권의 단행본을 낸 저자이자, 아이웰콘텐츠의 대표고 책임자였다. 그의 인상을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나이에 비해 차분하고 흔들림이 없었으며, 나이와 달리 솔직했고, 나이보다 더 많은 것을 고민하는 듯 했다.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김 대표는 몇 번쯤 아주 느리게, 깊게 고개를 숙여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대답을 신중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그가 주는 인상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고요한 우물 같은 신비로움이었다. 경청할 줄 알고 신중하게 대답할 줄 아는 이 사람을 두고 나는 아주 현실적인 주제를 꺼냈다. 리더십. 이 진부한 주제는 그의 입을 거쳐 꽤나 솔직하고 유용한 김성민론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줄이자면 이것이다. "그 무엇도 단언할 수 없다"
당신이 만약 어떤 조직의 일원이라면. 그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건 리더를 지원하는 동료건 흥미롭게 들을 만한 이야기다. 그 대화를 지면을 통해 옮겨본다.
탑을 쌓을 블럭을 찾듯 동료와 소통하라. 리더의 퍼포먼스를 높이는 새로운 관점.
김다은 PD(이하 김): 책 내시고 강연회 많이 다니셨을 것 같아요. 질문 받다보면 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김성민 작가(이하 민): 리더십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요즘 제 결론은 옛날 어른들이 '제 멋에 사는 거다' 하셨던 말을 넓게 해석해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김: 제멋대로 살아라? 유행하는 리더십론과는 좀 다른단 생각이 드는데요.
민: 사람마다 정말 다 다르잖아요. 예를 들어 '오늘 뭐 먹을까'하면 어떤 사람은 메뉴를 제안하면서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고자 하고. 어떤 사람은 '네가 원하는 걸 먹자'고 말하기도 하죠. 두 사람을 두고 전자는 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사는 사람이고 후자는 남에게 자기 인생을 맡기는 사람이다. 혹은 전자는 이기적이고 후자는 이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실 다 주도적인 사람이면 부딪히지 않나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 들었어요.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고 조화, 조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그는 블록을 맞추듯 양손의 손가락을 벌려 서로를 끼워 맞췄다.
민: 좋은 리더에 대해 물으시면 “스타일대로 하시는 게 좋겠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어떤 분들은 “리더니까 자신을 희생해서 부하의 성향에 맞게, 그 사람이 잘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하세요. 각각의 직원들마다 성향이 다르니 리더는 팔색조처럼 능력을 발휘해야 되는 거죠. 그건 정말 슈퍼맨 같은 얘기 같아요. 물론 그렇게 하면 좋지만 안될 확률이 더 높죠. 그게 현실이라고 본다면, 리더가 자기 성향의 장점을 살리면서 그에 맞게 팀을 구성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김: 사실 그렇게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죠. 좋은 사람 구하기가 참 힘들잖아요.
민: 그런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 팀원이 돼서 같이 일해 보니 예상과 다르기도 하죠.
김: 그런 여러 변수를 감안한다면 결국 갈등자체는 피하기 어렵다고 봐야겠군요.
민: 네.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요즘은 사회적으로 주도적인 삶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남이 욕망하는 삶을 살지 말고 너의 삶을 살라'고 조언하곤 하죠. 하지만 그런 사람만 있다면 융합, 합심에 어려움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아는 분 중에도 서울대 경영대 졸업하고 경영학 박사도 했는데 아버지가 자식이 법조인이 되길 계속 원하셨대요. 아들은 경영학과 교수를 앞두고 있는 데 그 미련을 못 버리시는 거죠. 그 분이 아버지의 꿈을 이뤄드리기 위해서 사시 준비를 했고 붙었어요. 그러고 나니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신대요.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물론 내 꿈도 중요하지만 나를 사랑해주는 분들이 나한테 거는 기대를 충족해 드리는 것도 뿌듯하고 행복하다. 아버지가 너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자녀로서의 책무를 한 것 같아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모님이 거는 기대는 다 필요 없다. 남의 삶을 살지 말라.’고 하는 데 이게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절대적인 답이라곤 믿으면 되는 걸까요? 사람마다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기준의 지점은 다를 수도 있다는 거죠.
김: 자신이 처한 환경과 문화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자기를 만족하게 하는가가 중요하단 말씀이군요?
민: 그렇죠. 연인 중에도 내가 즐거워야 즐거운 사람이 있고 상대가 즐거워야 좋은 사람이 있는데 이걸 이기적이다 이타적이다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남이 즐거워야 정말 즐거운 사람이 있잖아요. 근데 사회에서는 자꾸 답을 주려고 하잖아요. 그것에 따라서 자신의 본성과 상관없이 사회의 답을 맞춰 살려고 자기를 억지로 변화시키는 과정, 그렇게 괴리가 생기는 것 같아요.
김: 결국 '본성대로 살라'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결국 자기의 본성을 찾아야 하는 몫이 남는군요.
민: 네. 리더십 이론을 얘기할 때에도 다양한 성향의 리더를 제시해요. 관계지향형 리더, 과업지향형 리더.. 그 중에 오센틱 리더십(authentic leader)이라는 게 있어요. 리더가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게 행동함으로써 최상의 성과를 내는 걸 말해요. 이를테면 '나는 착한 사람으로 보여야하니까 잘못했어도 속으로 참자' 하면서 억지로 인내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은 아니라는 거죠.
김: 자칫 리더는 마음대로 화내도 된다고 해석하면 안 되겠는데요.
민: 그럼 안 되죠. 이를테면 관계지향형인 리더가 칼 같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딱딱 끊어지는 행동을 하고 그래서 리더 본인에게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비즈니스 퍼포먼스(business performance : 업무 성과)를 떨어뜨리는 상황. 아니면 칼 같이 끊는 스타일인데 나는 좋은 사람이 돼야지 하면서 자신을 통제해 전체 조직의 퍼포먼스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상황. 그것이 좋지 않다는 말이죠.
김: 그럼 김성민 대표는 채용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조직원을 꾸리셨나요?
민: 이런 것들을 저도 조직을 만들고 나서 고민하게 된 거죠(웃음)
김: 결국은 한 사람의 주도적인 지휘가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같이 만들어지는 조합의 힘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민: 장단점과 성향이 서로 엇갈리는 사람들이 팀을 만들어 잘 어우러지게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책임자의 개별적인 성향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김성민 대표의 말은 '리더는 어떠어떠해야 한다'라는 전형화된 리더십론에 대한 하나의 반박이자, "단언할 수 없다"는 그의 생각에 대한 갈무리였다. 구성원이 가진 본성 간의 조화, 마치 연애를 할 때 상대의 ‘다름’이 주는 매력에 이끌리듯 동료 간 서로의 이질적인 본성이 그들을 잇는 새로운 중력이 될 수 있다는 조직학개론. 과연 리더와 그의 동료. 모두가 장미꽃을 피운다는 것이 가능할까?
"남의 인생 살지마라?" 사람마다 자신의 족적을 확인하는 방법은 달라..
세바시 강연에서 김성민 대표가 한 말 중 일부를 인용한다.
[최초로 우리 장미를 로열티를 받고 외국에 파신 분을 뵌 적 이 있어요. 책을 보시고는 장미와 찔레. 제목이 참 좋대요. 무슨 뜻이냐고 물으셔서 설명 드렸더니 그 분이 중요한 걸 모르고 있다고 하세요. 말씀하시길, 장미를 그냥 땅에 심으면 잘 안자란대요. 잘 피지도 않고 펴도 꽃이 크지 않고 색도 흐리고. 그래서 장미를 심을 때는 무조건 찔레를 먼저 심어서 찔레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그 찔레 줄기에 접(椄)을 붙이는 거래요. 찔레는 굉장히 터프해서 양분을 쭉쭉 빨아들이는데 그래서 장미를 화려하게 피워낼 수 있다는 거죠]
땅에 장미만 잔뜩 심어놓는다고 그것이 아름다운 꽃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름이 만드는 활동적 에너지는 시너지(Synergy:상승효과)를 이끄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문득 그의 작가와 대표라는 '다름'의 정체성에 다시 눈길이 갔다.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작가라. 어쩌면 김성민이라는 사람이야말로 바로 장미와 찔레를 한 울타리 안에서 키우고 있는 정원이자 정원사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이 되면 뜨거운 태양 볕이 작렬해 숨 막히게 타들어갈 것이고, 때로는 아주 오래 비가 내리지 않아 메마를 것이며, 때로는 거센 바람에 뿌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김 : 참 삶이 묘해요. 며칠 전에 다큐멘터리에 한 할아버지가 나오시는 걸 봤어요. 그 분이 "인생은 원래 고진감래 흥진비래다. 인생은 원래 고단하고 힘들다. 그런데 그 쓴 것을 게속 씹다보면 단 물이 나온다. 인생의 험난한 길, 캄캄한 길을 걷다보면 새벽이 온다" 이런 말씀을 하세요. 내 영혼이 잠식되는 것 같고 영원히 소진되는 것 같아도 그런 일을 묵묵히 계속하다보면 나아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라고 단언을 못하겠어요. 사람마다 다 다르고 상황이 다르니까요. 때로는 어떻게든 오기를 갖고 붙잡고 하다보면 잘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단언할 수 없어요. "너 하고 싶은데 왜 포기해, 인생 그렇게 살 거야? 바보야? "이렇게 말하는 건 정말 무례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단언하지 못하겠다.'라는 말은 어쩐지 유약하게 물러서는 이미지를 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입을 통해 나온 그 짧은 문장은 투박하지만 진실된 선언 같았다. '경험'이라는 이름의 긴 터널을 뚫고 나온 말인 듯 했고 경청을 위해 먼저 침묵하는 겸손의 말인 듯 했다. 어쩌면 '시시한 아이디어들이 성공하는 이유'라는 김성민 대표의 세바시 강연 제목 역시 같은 영감아래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면을 통해 다 담지 못한 김성민 대표의 이야기는 세바시 강연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강연의 말미에 그는 말한다. "위대함에 이르는 길은 위대하지 않은 과정들로 이루어진다."고.
그가 만나고, 그가 걸은 위대하지 않은 길은 무엇일까? '이 강연은 어떠할 것'이라고 단언하지 말고 들어보자. 4월 30일 오늘 오후 3시 세바시 유투브 채널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 <세상을 바꾸는 시간,15분> 아이웰콘텐츠 김성민 대표의 ‘시시한 아이디어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4월 30일 세바시 유투브(http://www.youtube.com/cbs15min)를 통해 공개됩니다.
세바시 유튜브 채널 : http://www.youtube.com/cbs15min ☞ 바로가기
세바시 안드로이드앱 :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세바시' 검색 후 무료설치
세바시 팟캐스트 : 아이튠즈에서 '세바시' 검색 후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