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朴 대통령 분향 보면서…아, 이건 아니다"

- 대통령이 위로한 할머니 의구심
- 무책임하고 더딘 구조작업에 더 화나
- 성금관련 악플, 유족들에 또 상처
- 공신력 없는 모금단체 많아 우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경근(고 유예은양 아버지)

어제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안산의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국무회의에서는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가 어제 저녁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을 했습니다. 사실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새정치민주연합도 대체로 박 대통령 사과에 수긍을 하는 분위기였는데 유가족들의 정면 문제제기라서 좀 놀란 분들도 계실 겁니다. 어제 그 회견에 참여했던 분이세요. 유가족 유경근 씨를 직접 연결해 보죠. 유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 유경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실 유가족들 지금 몸 추스르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그동안 이렇게 공개적인 어떤 단체행보를 보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공개적인 기자회견을 갑작스레 열게 되신 겁니까?

◆ 유경근> 아직까지도 우리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아이들이 너무나 많이 있고요. 이 아이들을 빨리 꺼내기 위한 과정이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남아 있는 가족들에 대해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답답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분명하게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우리의 입장을 좀 분명하게 한목소리로 밝힐 때다’ 이런 생각에서.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부분, 강하게 보였던 부분이 ‘대통령의 사과,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고 외친 부분입니다.

◆ 유경근> 네.

◇ 김현정>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 유경근> 사과를 한 장소가 국무회의였다.

◇ 김현정> 국무회의.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최선욱 기자/자료사진)
◆ 유경근> 이거 넓게 너그럽게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특히 오전에 분향소에 오셔서 분향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서 ‘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다시 말해서 우리 가족들 중에는 박 대통령이 새로 만들어진 화랑유원지에 분향소에 오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없었고요. 정말로 사과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면 우리 가족들에게 직접 그러한 뜻을 좀 개인적으로도 표명을 해주셔야 할 텐데 그런 게 없었고.

그리고 분향소 안에 어떤 할머니 한 분을 같이 대동을 하고서 분향을 하고 사진을 찍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궁금해서 어느 분이신가 하고 수소문을 해 봤는데 희한하게도 아는 분이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할머니 한 분을 위로하면서 찍은 사진이 지금 굉장히 많이 실리고 있는데 그분이 누구인지를 아는 분이 없다고요? 가족인 줄 알았는데.

◆ 유경근> 가족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알아보니까 우리 유가족 대표들이 팽목항이나 진도체육관에서 수많은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는 분이 아무도 없어요. 그러면 도대체 어느 분하고 한 건지 이것도 좀 의문이 들고요. 실제 유가족이라고 그러면 실례가 되겠습니다만.

◇ 김현정>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지금 진정성 부분을 의심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 어제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는 거는 어떤 다른 사과, 어떤 다른 모습의 제스처를 유가족들이 원하시는 게 있는 걸까요?

◆ 유경근> 그렇게 말씀을 드리는 진짜 이유는 뭐냐면요. 정말로 사과를 하시겠다고 하면 단순히 말로 하는 사과가 아니라 사고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말 나태하고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이런 행태들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도 해경을 비롯해서 관계기관에서 모든 구조작업을 펼치는 데 있어서 답답한 일들이 지금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첫날부터 올라오는 날까지 한 8일 동안 여기서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구조방법에 있어서 가족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에 동의해 주신다면 그러면 저희는 지원하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했거든요. 너무 무책임한 얘기죠.

◇ 김현정> 가족이 전문가가 아닌데 가족들이 동의한다면 이 방법 해 보겠습니다….


29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위치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떠난 후 조화는 합동분향소 밖으로 내보내 졌다. (민구홍 PD)
◆ 유경근> 그것을 구조를 해야 될 전문가들, 책임자들이 적절한 방법을 마련을 해내고 그 방법에 대해서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그러면서 실행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보는데, 그쪽에서 제시하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원시적으로 잠수부들이 들어가서 한 명씩 한 명씩 꺼내오는 것 외에는 어떤 방법도 시도를 하지 않고 계획을 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그런가요? 오늘 주제랑 조금 어긋날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하나 질문 드리고 싶은 것이 아이를 발견한 아이가 시신으로 돌아온 그런 상황인 부모님들 중에는 꼭 부검을 해 보고 싶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다고요?

◆ 유경근> 우리 아이들이 올라온 시신의 모습을 보면 피부도 전혀 불지 않았고요. 그다음에 피부색도 전혀 변색이 되지 않았고 처음으로 선체에서 꺼내온 아이들의 모습을 봤을 때 그게 일요일이었나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일요일이면 벌써 한 3~4일 지났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유경근> 그런데 그때 처음 올라온 아이들의 모습을 봤을 때 너무 깨끗하고 너무나 평온한 모습의 아이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그 모습을 보고 이 아이가 어떻게 3~4일 전에 죽은 아이냐.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정말로 익사인지 아니면 질식사인지 뭐 여러 가지 다른 사망 원인이 있을 것 같아서 그러다가 보니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구조작업, 지금이라도 속도를 내달라, 실천 실행 지금 주문을 하셨어요. 그런데 어제 기자회견 중에 조금 의외였던 부분은 우리 유가족들께서 국민 성금 모으기를 중지해 달라 이런 요청을 하셨어요. 사실 국민들이 지금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다 보니까 이렇게라도 따뜻한 마음을 전해보고 싶은 거였는데 왜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요?

◆ 유경근> 국민들이 보내주시는 어떤 마음이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나 감사하고요. 그러나 이 아이들의 죽음의 뜻을 조금이라도 훼손시키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말로 듣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로 가족들을 폄훼하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몇 군데서 들으셨던 모양입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 악플 같은 게 거기에 달려 있는 이런 것을 보셨다거나….

◆ 유경근> 악플도 있고 주변에서 약간 비꼬는 듯한 이런 것도 많지 않겠습니다만….

◇ 김현정> 돈과 관련해서 좀 비꼬는 듯한.

◆ 유경근> 그러다 보니 상처를 많이 받으셨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공신력이 있는 그런 단체가 아니라 알지도 못하는 그런 데에서 하고 있는 것을 종종 목격을 하게 됐고요.

◇ 김현정> 성금 모금운동을 공신력 없는 데서 하는 게 염려 되는 것도 있으신 거군요.

◆ 유경근> 그렇죠. 그래서 가서 어디냐, 어떻게 진행을 하는 거냐고 확인을 하려고 하니까 슬슬 꽁무니를 빼는 사람도 있었고요.

◇ 김현정> 그래요. 참 이 와중에 사기 치는 사람도 나타날 수 있으니까.

◆ 유경근> 그래서 그런 걸 사전에 미연에 그런 문제를 아예 방지하고 특히 이번 사건의 성격이 무슨 생활재난이라든가 이런 게 아니고 그러다 보니 저희가 특별히 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이런 부분들은 거의 없다고 저희들 스스로 논의할 때 판단을 했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사하지만, 감사하지만 일단 멈춰 달라 이런 부탁을 하신 거예요. 알겠습니다. 예은양 아버님.

어려운 상황에 참 앞서 나서서 이렇게 의견을 전달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거, 저는 짐작이 충분히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께 얼마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셨으면 이렇게 앞장을 서셨을까, 생각이 듭니다. 말씀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유경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 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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