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은 27일 오전 9시 51분에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글이 올라오자 청와대 홈페이지는 폭발했다. 언론에 보도되기 이전인 이날 오후 11시 50분 무렵에 이미 조회수가 이미 16만 9천건을 돌파했다.
28일에도 폭발적인 관심이 이어져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한꺼번에 많은 접속자가 몰리면서 빚어진 일이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사람과 올린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정 모씨가 페이스북에서 해당글을 발견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퍼 나른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실명인증을 해야하는 데 실명을 밝혀가며 남의 글을 올릴 용기를 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 씨는 자신이 올린 글에 대한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부담을 느낀 듯 청와대에 삭제를 요청했고, 본인만이 삭제가 가능하다는 청와대의 설명에 따라 자진 삭제했다.
하지만 이미 이 글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고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자는 줄지 않아 오후 내내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청와대'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정 씨가 글을 자진 삭제했다고 발표한 직후 이 글의 진짜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감독 박성미씨가 등장했다.
박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판 열리면 제가 다시 올리겠다. 댓글들은 대부분 저장해 두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씨는 이날 오후 6시 30분에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되는 이유...'를 올렸다.
박 씨는 이 글에서 "이번에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임무를 수행 해야할 아주 중요한 몇가지를 놓쳤다"며 하야를 해야 햐는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다.
박 씨는 우선,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및 구조 과정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이 했어야 할 일은 현장에 달려가 상처 받은 생존자를 위로할 게 아니라 일이 안되는 핵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점을 찾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이 분명히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지휘자들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평소에 리더(박 대통령)가 가진 가치관에 영향을 받는다"며 과거 박 대통령이 용산참사나 인혁당 사건 피해자 가족들에게 보여줬던 태도를 끄집어 냈다.
이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조직에선 어떤 일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며 "리더가 책임지지 않는 곳에서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 법을 알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책임을 질 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없다"며 죄책감을 느끼지도 못하는 대통령은 세월호 선장들과 선원들이 갖고 있다던 종교적 특징과 다르지 않다고 글을 맺는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박 씨의 원문 글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 실명인증을 하고 저속해 퍼날라 실은 박 씨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고, 박 씨 글에 대한 찬성글과 반대.비난글, 관련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도 해당글이 퍼날라져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트위터.페이스북에서도 박 씨의 글이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불붙은 '당신이 대통령이 되어선 안되는 이유' 논쟁에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이 이 문제로 하루에 두 차례나 기자실을 방문했다는 데서 청와대의 긴장감을 엿볼 수 있다.
청와대가 특히 긴장하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계기로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해당 글에 모두 수긍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공감이 간다"고 말했고, 또 다른 여권 인사는 "광우병 촛불시위 때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것 같다'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