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박근혜 대통령 사과 요구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사과 요구가 여당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사의를 표명하자 청와대가 기다렸다는 듯이 사고 수습 후 수리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론이 더 악화되는 양상이다.
청와대와 총리실이 사전에 조율을 거쳐 정 총리 사의 표명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으나 오히려 꼼수를 뒀다는 역풍까지 불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사과도, 책임도 대독 총리에게 떠넘겼다는 비아냥거림까지 정치권에 등장했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사과를 하려면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며 "더 이상 미뤘다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어제(27일) 김한길 야당 대표가 '우리가 죄인'이라고 하는 기자회견을 보면서 국민의 감정에 다가서려는 느낌을 줘 신선했다"며 "대통령도 대담하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낸 의원도 "박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은 당위에 가깝다. 한번 돌아다녀보면 청와대가 뭘 해야 하는지를 곧바로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으면 수리할 일이지 수습 후 수리라는 입장이 민심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 같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적당히 넘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도 "(사과를) 진작 했어야 한다. 대통령이 지난 17일 진도의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러 갔을 때 했어야 했는데 늦었다. 더 이상 실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요구는 새누리당의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정서다.
친박, 비박, 반박 성향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말을 하지 못할 뿐이다.
사과를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 간접적으로 하는 방식이 아닌 직접적이고 대담하게,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형식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한 의원은 "세월호 참사는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지 않느냐, 박 대통령이 진솔한 심정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기왕지사 대국민담화로 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사고에 대한 반성과 함께 총체적인 혁신안들을 대국민담화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도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수석회의에서 '간접 사과' 하는 것은 안 좋은 버릇"이라며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게 유감의 뜻을 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의 홈페이지가 오늘 마비됐다. 이게 뭘 말하는지를 청와대는 정확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는 글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청와대 홈페이지가 한 때 마비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관계자는 "청와대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시민을 만나보면 민심이 무섭다는 느낌마저 받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정치인 부류에 속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5.16과 10월 유신, 인혁당 사건 등과 관련해 좀처럼 사과를 하지 않아 박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2012년 9월 24일 언론의 비판과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에 따라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박정희 시대의 과거사에 대해 허리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통령이 좀처럼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제왕이나 대통령이란 오류와 잘못이 없어야 한다'는 왕조시대의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세종대왕을 비롯해 왕조시대의 제왕들도 국난을 당하거나 천재지변으로 민심이 흉흉할 때마다 나라의 최고 책임자로서 수차례 사과를 했다.
조선왕조실록이 이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