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당일 짙은 해무로 모든 배의 출항이 취소됐음에도 안전과 관련된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CBS 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제주도 용역 과업 설명 및 계약 특수조건' 등 문건에 따르면 A 여행사는 지난해 8월 '2014년도 단원고 제주 수학여행 용역'을 전자입찰을 통해 1억1,000만 원에 낙찰 받았다.
이에 따라 단원고 교사와 학생 등 총 351명의 수학여행단은 출발 당일인 지난 15일 6시 20분 '세월호'를 타고 인천항에서 출발해 16일 오전 8시30분 제주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제 단원고 수학여행단은 안개로 인해 예정시간보다 1시간 뒤인 7시20분부터 세월호에 승선을 했고, 오후 9시쯤 제주로 출발했다.
결국 예정시간 보다 2시간30분 가량이 지연이 됐고 이렇게 일정이 변경될 경우 여행사는 학교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단원고와 A 사가 체결한 계약 특수조건 14조에는 '천재지변이나 부득이한 사정이 생길 경우 공급자(A 여행사)는 수요자(단원고 교장)에게 일정 변경에 대해 '허가'를 받아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사후입증자료(방문지의 기상자료 및 인솔책임자의 의견서 또는 기타 객관적으로 천재지변을 입증할 만한 자료 등)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A 사는 단원고 교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사 B 대표는 "해경과 해운사가 운항을 결정해 예정시간보다 2시간30분 늦은 오후 9시쯤 출발했지만, 학교측에 승선시간 지연에 따른 일정 변경에 대해서는 허가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단원고 C 교장도 "당시 여행사로부터 시간변경 등 일정에 관한 어떤 보고도 받은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 관계자들은 "계약조건에 따라 세월호 승선시간 변경이유를 교장에게 설명했다면 수학여행이 취소될 수도 있었다"며 "안전과 관련한 조건들이 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행사가 인솔책임자나 학교장에게 악천후로 인해 선박들이 출항하지 않았던 현장상황을 제대로 통보했다면 단원고 수학여행 일정이 변경돼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사고 당일 인천여객선터미널에서는 안개주위보가 발령돼 오전부터 오후까지 제주도를 포함해 연평도와 덕적도, 난지도, 자월도 등 7개 모든 노선중 출항한 선박은 '세월호'를 제외하면 단 한 척도 없었다.
이에 대해 C 학교 수학여행 담당자는 "현장에서는 계약조건 이행 준수를 강제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하지만 문제가 생긴다면 책임을 지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계약 특수조건 제10조는 '승선 및 항공권 발급지연이나 당일 탑승시간 변경 등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확인과 준비를 철저히 하되, 만약 그러한 사고가 발생할 시에는 여행사가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