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아시아 프로축구 최고의 더비로 불리는 '슈퍼매치'가 열렸다. 홈팀 수원 삼성이 FC서울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올해 첫 맞대결이자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경기 전 분위기는 수원이 더 좋아보였다. 지난 5경기에서 패배없이 3승2무를 기록했다. 리그 순위는 5위. 나쁘지 않다.
반면, 비시즌동안 데얀과 하대성 등 주축 선수들을 대거 잃은 서울의 시즌 성적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리그 11위. 게다가 최근 5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다(2무3패). 설상가상으로 지난 2경기동안 골 맛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서울은 최근 수원 원정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2008년 12월 이후 8차례 수원 원정에서 1무7패에 그쳤다.
그러나 프로스포츠에서 라이벌으로 불리는 팀들이 붙을 때는 객관적인 전력이나 시즌의 흐름과는 무관한 승부가 펼쳐질 때가 많았다.
이날도 그랬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았다.
승리는 서울의 몫이었다. 1-0으로 이겨 6경기 만에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그것도 '슈퍼매치'에서 거둔 승리라 짜릿함은 2배였다.
후반 32분 팽팽하던 0의 균형이 깨졌다. 김치우가 왼쪽에서 날카롭게 올린 땅볼 크로스가 후반 교체 투입된 에스쿠데로에게 정확히 배달됐다. 에스쿠데로가 때린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라이벌전답게 시종일관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수원은 일격을 당한 이후 공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방이 터지지 않았다.
후반 37분, 염기훈이 때린 강력한 왼발 슈팅이 골 포스트 위로 빗나갔다. 1분 뒤 홍철이 올린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은 정대세가 넘어지며 예리한 왼발 슈팅을 때렸다. 서울의 골키퍼 김용대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수원 팬들은 정대세의 이름을 연호했다. 비록 골을 넣진 못했지만 멋진 플레이를 선보인 정대세를 격려하며 승부를 뒤집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그러자 서울 원정 팬들은 선방을 선보인 김용대의 이름을 연호했다. 서울의 방패는 끝까지 견고했다. 시즌 첫 '슈퍼매치'는 그렇게 서로의 희비를 엇갈리게 한 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