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직 사퇴" vs 野 "사퇴안돼"…박 대통령의 선택은?

정홍원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12일째인 27일 정홍원 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총리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야당이 사고수습이 우선이라며 정 총리의 사퇴는 무책임한 자세라고 비판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심사숙고'가 주목된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여당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등 광범위하게 제기됐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때에 휴일 오전에 정 총리가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어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다소 뜻밖이다.


정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사고가 발행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 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 때에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지만 우선은 사고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더 이상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사퇴의사 표명은 청와대와 사전에 조율됐거나 박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대통령과 조율없이 단독으로 사퇴를 청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표를 수리하고 곧바로 총리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에 전념해야 할 한 달여의 기간동안 총리 공백상태가 빚어짐으로써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

후임 총리는 국회의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마땅한 후보자를 찾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수도 있고, 책임론이 제기된 일부 장관들은 어떻게 하냐는 문제도 남는다. 이에 따라 정 총리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사고수습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은 박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정 총리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정 총리 사의 표명의 후속 대책과 관련해서는 임면권자인 대통령께서 숙고해서 판단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정 총리 기자회견 1시간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의 사퇴를 만류하고 나섰다. 야당이 총리 사퇴 불가를 외치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다.

안철수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이자 비겁한 회피"라고 했고 김한길 대표는 구조와 수습이 한창 진행중인 이 시점에서 국무총리가 자리를 비우는 것이 과연 국민에게 진정으로 책임지는 자세인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정 총리 사퇴 문제와 관련해 '선 수습, 후 책임' 입장을 밝히면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총리를 포함한 개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야당으로서는 세월호 침몰사고라는 국민적 슬픔 앞에서 여권에 대한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기 보다는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책임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총리 사퇴 만류가 나쁘니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정 총리의 사퇴 의사를 수용할 지 여부는 이르면 이날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고 수습이 우선인 상황에서 총리 사퇴 여부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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