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실 선박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업무는 해수부장관이 해양경찰청장에게 권한을 위임한 사안이다. 이를 해운조합이 위탁받아 대행하는 구조일 뿐이다.
결국 해수부가 해운조합의 관리감독 권한을 빼앗는다면 해경을 무장 해제시키는 꼴이 된다.
세월호 침몰 초기 대응부터 수색, 구조에 이르기 까지 역할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해양경찰이 이래저래 사면초가에 내몰리는 분위기다.
◈ 해수부, 해운조합 지도감독 권한 박탈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선박 안전 점검 여부와 같은 일들을 선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서 해왔다는 것도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급기야 해양수산부는 해운조합이 운항관리사를 선정해 맡아왔던 선박에 대한 안전관리 지도감독 권한을 박탈하기로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문제가 많은 해운조합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문제점을 지적한 상황에서 어떤 조치(권한 박탈)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여객선 운항안전 관리 업무를 다른 기구에 맡기거나,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해운조합 안전관리 소홀...해양경찰 책임
해운법 제14조는 해양수산부장관은 여객운송사업자에게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운법시행령 제27조는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한 조치와 운항관리규정 심사, 출항 정지 권한을 해양경찰청장에게 위임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는 결국 선박에 대한 안전관리와 지도감독 권한이 해양경찰청장에게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해경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선박 지도감독 권한을 해운조합에 업무 위탁했다.
이를 위한 근거가 바로 한국해운조합법이다. 해운조합법 제6조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하는 사업과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및 선박 안전관리체제에 관한 사업을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운조합이 선임한 운항관리사가 승객 명단과 화물적재 현황을 허위 보고한 것은 1차적으로 해운조합의 잘못이지만 2차 책임은 해양경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해수부, 해양경찰 무장해제 시키나?
해양수산부가 해운조합의 선박 지도감독 권한을 박탈하겠다고 나선 것은 해경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이다.
해경 자신들이 취해야 할 조치를 해수부가 직접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해경은 국가 직제 상으로는 해수부의 외청 기관이지만 업무적으로는 사실상 독립돼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별 수 없이 해수부 산하기관이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해양수산부는 해운조합 권한 박탈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후조치 방안은 해경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선박에 대한 안전관리와 지도감독 권한은 계속해 해경에 위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운조합의 안전관리 지도감독 권한을 다른 조직이나 기구에 맡기기 위해서는
해운법과 한국해운조합법의 개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해경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