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름 없는 내 아들, 천당에서 편히 쉬렴"

"할머니는 아직 살아있는 줄 알아"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 임시 분향소의 제단 위치도(좌)와 이름 없는 백지 위패(우). (자료사진)
단원고 희생자들을 위해 마련된 안산 임시 분향소. 국화꽃 사이로 빼곡하게 늘어선 영정들과 위패들 중 유독 눈길이 가는 위패가 있다. 이름 없는 백지 위패.


'제단 위치도'에도 수많은 이름들 사이, 백지 위패 남학생의 이름은 'ㅇㅇㅇ'으로 표기돼 있을 뿐이다. 어쩌다 이 남학생은 '이름 없는' 위패를 가지게 됐을까.

지난 20일, 간절히 기다렸던 아이는 사고 발생 5일 만에 차가운 몸으로 부모 품에 안겼다.

미처 피지 못하고 바다에서 진 아들을 지난 24일 하늘로 보낸 부모는 아이의 영정을 안산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 임시 분향소에 안치했다.

씩씩하고 의젓한 미소를 보이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아버지는 "친구들이랑 천당에서 잘 놀고 있어"라며 쓸쓸한 작별 인사를 남겼다.

하지만 함께 세상을 등진 다른 친구들과 달리, 아들의 이름이 적힌 위패는 분향소에 남기지 않았다.

아들의 죽음을 아직 아이의 할머니에게는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들의 위패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백지 상태로, 제단 위치도에도 그의 이름은 'ㅇㅇㅇ'으로 적혀 있다.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과 장례 업체 측은 "A 군의 할머니께서 아이가 아직 배 안에 살아있는 줄 알고 계시다는 유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A 군의 이름을 분향소에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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