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사는 뉴스를 통해 보는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 9개의 대책본부? 이게 무슨 오합지졸인지..
- 정부의 부실 대응, 5천만 국민에 대한 심리적 테러
- 이게 국가냐, 이게 정부냐, 비난 나올 수 밖에 없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4월 25일 (금)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대책위원장)
◇ 정관용> 2003년 모두 192명의 사망자를 냈던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여러분 기억하시죠? 그 유족 분들이 진도를 찾아가서 실종자 가족 분들을 위로했다고 그럽니다. 어떤 대화들을 나누셨는지, 또 이 대구 때와 비교했을 때 이번에 정부 대응은 어떻다고 보시는지.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이십니다. 윤석기 위원장님, 전화해 모십니다. 윤 위원장님.
◆ 윤석기> 네.
◇ 정관용> 진도에 언제 다녀오셨죠?
◆ 윤석기> 지난 화요일 날 갔다 왔습니다.
◇ 정관용> 모두 몇 분이 다녀오셨습니까?
◆ 윤석기> 저를 포함해서 6명이 다녀왔습니다.
◇ 정관용> 가기로 결정은 어떻게 하셨어요?
◆ 윤석기> 지난주 수요일 날 사고 소식을 듣고 그때 대책위원들 하고 가족 분들이 다녀와야 되지 않느냐라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그때는 좀 자제를 하자. 이런 얘기를 저희 대책위원회에서 결정을 했고요. 경황이 없는데 가서 오히려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얘기가 많았었고. 며칠 지난 이후에 주말에 이런 저런 의견교환 후 화요일 날 다녀왔습니다.
◇ 정관용> 가서 가족 분들을 만나셔서 어떤 말씀 하셨습니까?
◆ 윤석기> 우선 저희들 방문하는 것 자체가 그분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것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거기 보니까 가족 대표분들 그분들을 우선 찾아뵙고 말씀을 좀 나누고. 그다음에 실종자 가족이 계신 체육관에 가서 그분들 구조 활동을 직접 보는 것, 그다음에 활동하는 것을 장시간 보다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가족 대표 분들에게 좀 안타깝지만 드리고 싶은 얘기는 참 많지만, 뭐 상황도 여의치 않고. 또 그분들도 수시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대응을 해야 되는, 그런 상황에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몇 마디 전해 드리고, 또 듣고 이렇게 왔는데.
◇ 정관용> 어떤 말씀을 하셨어요?
◆ 윤석기> 가장 중요한 것은 실종자 가족하고 정부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밉고 하더라도 어쨌든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어떤 상태로든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것 하나 하고, 또 하나는 최대한 빨리 수습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하고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가족 내부적으로도 상호간에 화합과 신뢰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말씀을 좀 많이 드렸습니다.
◇ 정관용> 그랬더니 그 가족 대표들은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 윤석기> 그분들도 초기에 워낙 안 좋은 모습들을 정부가 연출을 많이 했기 때문에 본인들이 청와대로 행진하고자 했던, 대통령을 만나고자 했던, 그런 사례를 얘기를 하면서 좀 울분을 토로하셨죠. 그래서 저희들은 반대로 좀 그분들이 찾아뵙기 전에도 좀 미안한 마음이 많이 있었고 왜냐하면 11년 전에 저희들이 참사를 당했을 때. 이 부분은 저희들하고 그분들하고 생각이 너무나 똑같았다는 게 저희들이 이 말씀 드리기 전에 그 가족 대표 분도 똑같은 말씀을 저희들한테 한 거죠. 뭐냐 하면 참사 당시에 어째 이런 일들이 나한테. 참사는 우리가 평상시에 뉴스를 통해서 보는 것. 어쩌면 남의 일.
◇ 정관용> 그런 줄 알았는데.
◆ 윤석기> 이랬는데 그것이 자기에게, 자신에게 단원고 고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를 잃은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본인에게 일어날 줄 몰랐다는 거죠. 저희들도 그때 그랬었는데. 저희들도 그때 왜 하필 이게 나에게 벌어졌을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하고. 그때 저희들이 어떤 반성을 했느냐 하면, 그럼 평상시에 우리가 이웃에게 관심과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느냐 하는 문제 하고, 또 하나는 정부나 행정기관이 하는 일에 대한 감시와 참여가 좀 부족하지 않았느냐,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반성을 했었는데. 이게 저희들이 어찌 보면 유족의 노릇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가라는 미안함, 이런 것도 있었죠, 저희들은.
◇ 정관용> 참. 아픈 마음 가지신 유족 분들이 그런 미안함까지 가지신다니, 저희들은 더 참 몸 둘 바를 모르겠고요. 그나저나 이번에 정부 초기대응 참 우왕좌왕하고 그런 모습들을 보였는데. 대구 때에도 그랬었습니까?
◆ 윤석기> 대구 때는 어쩌면 대구시가 법적인 가해자요, 책임자이고. 지금 같은 경우는 그런 측면은 아니죠. 표면적으로는 어쨌거나 세월호, 그다음에 선사, 선주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고 한데. 저희 때에도 도대체 이게 대구시고, 또 중앙정부냐 할 만큼 불만과 불신이 많았는데. 이번에 뉴스를 통해서 보고 저는 특히 개인적으로 도저히 믿기지 않더라고요. 참사 이후에 정부는 분명히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 해서 소방방재청을 만들었습니다. 만들었는데 처음에 알고 봤더니 소방방재청의 많은 권한을 안전행정부로 이관을 했더라고요. 그리고 청와대가 해야 될 국가안전보장회의인가요? 거기의 역할과 기능도 하부 관청으로 많이 이관을 했고. 결국은 참사의 책임은 저는 뉴스를 통해서 9개의 중앙대책본부가 꾸려졌다는 얘기를 듣고 이게 무슨 오합지졸인가. 도대체 이게 선진국이라고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믿겨지지가 않더라고요. 결국은 그런 것들이 세월호의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그대로 심리적인 충격. 그리고 5천만 국민들에게도 정부가 심리적인 테러를 가한 거죠. 그게 그분들 입에서 ‘이게 국가냐, 이게 정부냐.’ 이런 비난이 토로되게 된 배경이고요.
◇ 정관용> 대구 때에 비해서 조금도 나아진 모습이 안 보이죠?
◆ 윤석기> 없죠. 오히려 저희는 더 나빠졌다, 이렇게 봅니다.
◇ 정관용> 나빠졌다.
◆ 윤석기> 네. 박근혜 대통령만 올바른 방향과 관점을 가지고 아무리 얘기를 한들 그것이 실제 실무부서, 안전행정부가 됐든, 해양수산부가 됐든, 아니면 해양경찰청이 됐든, 주무관청에서 자기에게 부여된 최선의 책무, 의무를 하지 못한다면 그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거죠.
◇ 정관용> 지금 정부한테 필요한 자세는 어떤 걸까요?
◆ 윤석기> 첫 번째는 솔직함이죠.
◇ 정관용> 솔직함.
◆ 윤석기> 네. 솔직함이고. 이미 저질러진 과오. 이거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인정을 하고 그 토대 이후에 새로운 믿음을 얻을 수 있도록 성실한 자세를 보이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리고 지금 실종자 가족 분들, 또 이미 사망자로 확인된 이 유족 분들. 참 앞으로의 세월도 가슴이 참 아플 텐데. 우리 윤석기 위원장님, 그분들한테는 어떤 말씀을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윤석기> 아까 정부에 필요한 자세하고 그다음에 가족 분들에게 묶어서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리자면, 정부는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평상시에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거를 반드시 하세요’, 아니면 ‘이건 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강제를 하지 않습니까?
◇ 정관용> 맞아요.
◆ 윤석기> 그렇다면 그런 질문을 본인들에게, 본인들에게 평상시에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들에게 국민들이 어떤 권한과 책임을 줬느냐. 그리고 어떤 의무와 실력을 요구하고 있는가라는 데에 대한 자문자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국민들에게 언제라도 국민이 요구하면 보여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그다음에 가족 분들에게는... 또 하나 수습과정에서 예전에는 뭐냐 하면 구조나 수습, 그다음에 책임자 처벌, 그것도 실무자 중심이죠. 책임자 처벌, 그다음에 손해배상이 지나면 참사 수습이 종결된 것으로 정부는 치부를 합니다. 그런데 유족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그게 아니죠. 그건 당연히 해야 될 일이고. 그다음에 이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원인규명, 그 원인규명을 하고 그거를 보완할 수 있는 법제도의 정비. 그다음에 관습과 문화의 변화,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따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고요. 그다음에...
◇ 정관용> 지금 말씀하신 것 두 번째 부분이 대구 이후에 제대로 안 된 것 아니겠습니까?
◆ 윤석기>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되풀이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리고요. 가족 분들한테는?
◆ 윤석기> 가족 분들에게는 현재는 아직 참사 수습과정이지만 이때에도 화합과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참사의 수습이 1차적인 수습이 종결된 이후, 그다음에 지속적으로 서로 간에 협력과 화합도 필요하다, 이렇게 봅니다. 이 이유는 지금은 모든 국민들이 온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또 도와주지만,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불필요한 마찰 내지는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가장 예민한 질문들이 ‘포상금 많이 받았냐?’ 이런 것들은 듣는 사람은... 심지어 이렇게 얘기하고 싶죠. 그럼 너, 막말로 ‘몇 억 줄 테니까 너 한번 죽어볼래.’ 극단적으로는 그런 질문을 되돌려주고 싶을 만큼 상처가 되는 말들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그런데. 그런 여러 가지 상황이 생길 수가 있는데 그때 뭐랄까 마음, 심적인 위로와 공유할 수 있는 그런 테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현재 꾸려진 그런 단체 내부에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소모임 활동. 저희들 같은 경우는 대책위 산하에 가족 모임이든 어머니 모임이든 아니면 등산모임이든 이런 소모임을 만들어서 정례 모임을 갖고, 그걸 상당히 지속적으로 유지를 하고 있거든요.
◇ 정관용> 지금까지도 계속 그렇게 유지를 하고 계세요?
◆ 윤석기> 그렇죠. 그런데 이게 몇 년 지나고 나니까 저희들이 깜짝 놀란 게 단체 활동을 이제 계속 해 온 분들하고 개별로 돌아가서 혼자 아픔을 극복해 나온 사람들하고 만나거나 대화할 경우를 보면,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 내지는 대응하는 방법, 이런 것들이 감정의 파고나 아니면 표현의 강도, 이런 것들이 확연히 차이가 나더라는 거죠. 그래서 저희들은 전문가가 아니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 모임에 자주 나오시는 그런 분들이 훨씬 더...
◆ 윤석기> 훨씬 건강하고 안정적이다, 그거죠. 그래서 이건 전문가들은 아마 그런 것들에 대한 연구, 분석도 하셨을 텐데. 그런 활동이 좀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바로 이 희생자 유족 분들하고도 긴밀히 연계하시면서 그런 모임을 꾸준히 좀 해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부탁을 드리겠고요.
◆ 윤석기> 네.
◇ 정관용> 이번에 또 성금 모금도 이제 시작하신다고요?
◆ 윤석기> 네. 일단 저희들도 국민들에게 큰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또 어쨌거나 최소한의 마음의 표시는 할 생각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윤석기> 네.
◇ 정관용>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 윤석기 위원장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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