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 길에 오른 학생들을 삼켰으리라곤 생각도 되지 않을 만큼 잔잔해 보이는 바다.
이곳은 만조 때 수심도 50m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괜히 이곳 이름이 '맹골수도'가 아니다. 최고 300m 수심까지도 수십 번 들어가 본 '잠수 베테랑'도 두려운 곳이다.
사람들은 "물 속에 잠수해 그저 쭉 나가면 되는 것 아니냐"며 쉽게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에선 잠시 딴 생각만 하면 3~4초 만에 50m 넘게 물살에 휩쓸려간다.
물살도 물살이지만 불량한 시계도 문제다. 물 속에서 잠수용 전등인 씨라이트를 켜야만 20cm 이상이 겨우 보일 정도여서 1m 나아가기조차 버겁다.
게다가 워낙 큰 배에, 400여명의 객실 수만큼 이불과 베개, 침대, 장식장 등 부유물들이 그마저도 못 나가게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자녀의 시신만이라도 수습하고픈, 혹은 행여나 자녀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있는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어두컴컴한 시야보단, 손발로 닿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더듬어가며 구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 나섰다.
'감사합니다'. 종교는 없지만 기도가 절로 나왔다. "좋은 데 가시기 바랍니다…".
학생을 품에 안을 부모를 생각하자, 이제는 눈물이 시야를 또 가린다.
오늘만 3구째. 더 수색해야하는데, 더 찾아야하는데, 어지럽고 힘이 없고 숨이 가빠진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가족들 얼굴 볼 면목이 없다.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