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이모로부터 '카톡 프로필 사진을 노란리본으로 바꾸라'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거절한 한 네티즌(@abyssangel2216)이 트위터에 적은 심경글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전 국민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은연 중에 '슬픔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뜻에서 시작된 노란리본 캠페인에도 이런 잡음이 발생했다. 자칫하면 캠페인의 본뜻이 퇴색될까,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지인들로부터 노란리본 캠페인 참여를 강요받은 이들은 SNS를 통해 불편한 마음을 토로했다.
한 트위터리안(@the__ordinary)은 23일 "몇몇 단톡(단체카톡)방에서 노란리본 프로필 사진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카톡 프로필 사진 따위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다른 트위터리안( @sottediablesse) 역시 "노란리본 내렸다"면서 "사탄의 주술이라고 헛소리하는 기독교인들도 신물나고, 완장 찬 듯 슬픔과 분노를 강요하는 인간들도 질린다. 잊지나 마라"고 일침했다.
노란리본 캠페인에 참여한 네티즌들도 "노란리본을 달지 않아도 모두가 애도하고 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카톡 프로필 사진은 본인이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건데 그것까지 간섭하는 건 아닌 거 같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면 캠페인의 뜻도 변질된다" 등의 의견을 남겨 걱정스러워 했다.
연예인들이나 공인들에게 이같은 강요는 더욱 노골적이다.
특정 연예인의 수익을 언급하며 "왜 기부하지 않느냐?"는 물음은 예삿일이고, 한 연예인은 검색창에 이름을 입력하면 바로 옆에 '세월호'와 '기부'가 등장한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아이돌 가수나 소속사들이 기부한 금액을 비교하며 '너무 적다'는 불평도 심심찮게 보인다.
직장인 강모(25) 씨는 "연예인들 처지만 난감하게 됐다"며 "밥줄 끊기고, 피해 본 사람들도 많을텐데 돈은 또 돈대로 눈치껏 내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한 연예인의 소속사 관계자는 "기자들이 소속연예인들의 기부 여부를 물어보는데, 매니저 입장에서는 기부를 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설사 연예인이 기부를 했다고 해도 그걸 자랑하듯 언론에 얘기하기도 애매모호한 상황이다"라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자발적 의지대로 애도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자 "슬픔을 '공유'하되 '강요'하지 말자"는 호소에 공감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