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세월호 침몰 참사를 대하는 청와대의 인식은 경악할 만하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재난의 콘트롤 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아니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자신은 국가안보만 관여하지 재난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국가안보실의 역할은 통일, 안보, 정보, 국방의 컨트롤타워라면서 김 실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과연 그런가?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장수 실장으로부터 즉각적인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장수 실장이 위기관리센터에서 사고와 구조현황을 파악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관련 상황을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고도 했다. 관여는 하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인가? 설사 형식상 재난 관련 사령탑이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있다 해도 대통령을 도와 국정의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하는 청와대 책임자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초대형 재난이 닥쳤는데도 청와대가 애써 책임을 회피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디 이 뿐인가? 이정현 홍보수석은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국가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문제 삼는 것은 조금 뒤에 얼마든지 가능하니 ‘한 번 도와주소’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앞장서 실종자 수색을 독려하기 보다는 사태의 파장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는 반증이다. 국민의 안전보다는 대통령의 안위를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지 국정의 심판자가 아니다. 국정의 심판자 역할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몫이다. 국민의 안전조차 담보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몇 년 전 한 드라마에서 세종 역할을 맡은 탤런트는 이렇게 말한다. “내 책임이다 내가 죽인 것이야. 이 조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책임이다.... 그게 임금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자리, 그게 바로 조선의 임금이라는 자리다.” 청와대가 지금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